그냥 일기
스물여섯, 일본에 간다. 스물여섯이 이제 한 달 채 남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 첫 일본인데 올해 유독 해외를 자주 가게 되어서 별 감흥이 안 생긴다. 그래도 몇 달 전부터 일본 브이로그를 보고
나도 모르게 들떴던 것 같다. 스물여섯인 올해, 2024년은 처음이 많았다. 아디다스 제품을 처음으로 사봤다. 학생 때 그렇게 갖고 싶었던 게 나이키와 아디다스였는데. 스물여섯에 아디다스,
그 아디다스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샀다. 굳이 강조하는 듯하지만 내 생애 미국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미국이라니, 그것도 내가 영화 때문에 가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첫 자체적인 해외 여행이자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대한항공이라, 기내식이 참 맛있었고
장기간 비행은 힘들었다. 13시간은 힘들었고 다리 쭉 뻗기에도 힘들었다. 큰 키가 아님에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렇게 약 5개월이 지났고 몽골에 가게 됐다. 가족여행이었다. 투어 여행이었기에 내가 준비할 것도 할 것도 없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다 보니 여행이 끝났다. 3박 5일은 짧구나.
이번 일본 여행은 3박 4일이다. 첫 날과 마지막 날은 사실상 오후 비행이다 보니 여행의 본격적인 나날은 이틀일 거다. 이렇게 말하니 몽골 때랑 똑같네.
일본은 비교적 친숙하다. 가본 적 없지만 왠지 모를 친숙함. 수능 끝나고 많은 친구들이 일본으로 가서 그런 걸까. 그래서인지 일본은 만만한 느낌이 든다. 그냥 아무 준비 없이 덜컥 가도 문제 없을 듯한, 그런 느낌. 어쩌면 내가 그런 여행이 익숙해진 걸지 모른다.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 난 계획이 싫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살고 있겠지.
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 야속하다. 올 겨울엔 호주를 가고 싶었다. 사실 가고 싶었다라고 말하기엔 마음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은 마음은 1할 정도랄까. 그냥 가면 좋지, 이 정도.
호주의 비행기 티켓 값을 보았다. 12월엔 20만원에도 갈 수 있는 비행이 있었다. 하지만 1월부턴 40부터 시작되었다. 물가도 비싼 나라라고 하는데 부담이 됐다. 80만원이라.
난 어제 주택 청약을 깼다. 15개월 동안 10만원씩 넣어둔 청약이. 우대율 적용 받으니 이자가 15만원이었다. 300을 넣어뒀는데 15만원이 이자라. 청년주택청약 상품으로 기억하는데 아쉬웠다. 차라리 저축 상품에 넣어뒀다면.
대학원에 붙었고 이제 등록금을 내야 했다. 실감났다. 나 가난했지.
부모님은 이제 여유가 좀 생긴 탓인지, 해외를 가려고 했다. 7월에 갔던 몽골이 그 시발점이었다. 하긴 자식들 다 사회에 보냈으면 여유가 생길 때도 되셨지. 나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애매한 신세가 되긴 했는데
뭐 다시 시작인 거다. 대학원에 어쨌든 내가 선택했으니까.
그런데 등록금은 진짜 어쩌지. 학자금 대출 타이밍도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