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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그냥 일기

by 수호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모두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말고 해봤자 나에겐 공휴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백수라 공휴일도 평일과 다름 없다. 그냥 출퇴근 시간 말고도 지하철이 복잡하다는 정도? 이런 날엔 시내에 나가면 사람이 많다는 거.


어젠 이브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등단자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겸 등단 소식을 이브 날에 알려준다고 했다. 속설로만 듣던 그 얘기가 내 얘기가 되었으면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사실 점심 때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의 010. 뭘까. 부재중 뒤에 전화가 하나 더 왔다. 엇? 이건 진짠까! 했지만 그냥 쓸데없는 전화였다.


카톡도 왔었다. 에단이라는 사람. 사극 출연 가능하냐고 성의없게 한 문장으로 왔다. 캐디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누군진 모르겠고. 자세한 사항을 알려달라고 하자 보조출연이라고 했다. 나는


죄송합니다


라는 문장과 함께 이모티콘을 하나 남겼다. 허허, 김칫국만 벌써 두 잔째였다. 어떤 연극에 초대 받아서 보러 갔다. 지구인 아트홀, 처음 들어보는 소극장이었다. 연극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날은 추웠다. 그럼에도 혜화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누가 봐도 한껏 치장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혜화의 길가를 거니는 올라프도 있었다. 올라프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중이었고


올해도 이렇게 지나갈 일만 남았다. 일주일도 안 남은 내년이라.


2025년이 되면 좋을까? 좋고 나쁘고 할 건 없겠지만 이젠 슬슬 해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썩 좋은 일이 아니란 건 매년마다 실감 중이니까. 난 이제 어리지도 않게 되었고


어리지 않다는 건 보호막이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더는 학생이라는 쉴드를 꺼낼 수 없었다. 이젠 철 없는 사람이 될 일만 남은 것 같달까.


대학원에 진학한다. 문제는 등록금. 주택 청약까지 깼지만 돈은 부족하다. 알바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사실 귀찮다. 참, 진짜 철 없어졌네. 이럴 때면 그냥 주변 인연 다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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