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메가커피

그냥 일기

by 수호


메가커피 알바생은 노랑색 유니폼을 입는다. 반팔 검정이거나 노란 긴팔이거나. 노란 긴팔 유니폼에 앞치마를 둘러싸고 검정 모자를 쓰고 있다. 모자엔 메가커피 마크로 보이는 노란 마크가 보인다.


메가커피에선 손흥민 목소리가 들린다. 손흥민이 하이, 암 쏘니라고 서두를 떼며 말이다.


값싼 가격 탓인지 포장하는 손님들이 많다. 그렇다. 이번 글은 메가커피 안에서 쓰고 있다. 안전관리자로 일하는 친구가 메가커피 기프티콘을 4장이나 보내줬다. 대기업 들어가더니 돈이 많아졌나 보다. 아님 내가 불쌍허거나


사실 둘다일 것 같다. 메가커피 한쪽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는데 K-POP 노래가 들린다. 그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는 옆 테이블의 남자. 가성을 잘 낸다. 감미롭다기보단 간지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나쁜 정도는 아니다. 흰 목폴라만큼이나 부드러운 노래 실력을 가진 분인가 보다.


아, 물론 그 사람을 한번도 보지 않았다. 관찰하는 건 잘하지만 그렇다고 훔쳐보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뭔 이상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보지 않고도 식별은 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눈치 보고 살아서 그런지 이런 이상한 능력만 쌓였다.


손흥민이 또 메가 커피 광고를 한다. 메가급으로, 뭐라고 말하는데 사실 잘 들리진 않는다. 손흥민 광고가 끝나면 또 다시 요즘 유행하는 노래. 이번 노래는 지드래곤의 컴백곡인 파워다. 아파트도 파워도 듣다 보니까 익숙해졌다. 처음엔 좀 그랬는데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뭐 내 취향의 곡이 아닌 건 사실이었다.


아침엔 후시녹음을 위해 카페로 갔다. 후시녹음을 왜 카페에 가서 하지? 하는 의문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스터디카페라고 했지만 사실 스카랑은 거리가 멀었고 일반 카페에 미팅룸이 포함된 정도였다. 그렇기에 후시녹음이 만족스럽게 진행되진 않았던 것 같다.


이젠 진짜 마무리겠지? 단편영화 하나에 이렇게 힘쓴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사실 어제아래엔 밤샘이었다. 아침 7시에 모여 새벽 5시에 끝난 단편영화라니. 덕분에 일요일이 사라졌다. 토요일 밤샘을 했더니 일요일 사라졌고 월요일인 오늘까지 컨디션이 돌아오질 않았다. 특히 목이


그래서 오늘 후시녹음할 때 슬펐다. 내가 봐도 제 컨디션이 아닌 목 상태였다. 뭐, 하릴없나.


후에 저녁을 아는 형과 먹기로 했다. 망년회 같은 느낌인 건데. 대학을 졸업하니 대학 친구를 이제 안 만나게 되긴 했다. 간만이라 반가운데 바빠보였다. 5시에 체험단 하나를 예약했는데 6시로 약속을 미룰 수 있냐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 생각이 정리되진 않고 그냥 시간이 지나니까.

일단 알겠다고 했다. 체험단 글을 다시 봤다. 6-8시까진 예약이 안 된다고 했다. 보자, 5시에 예약을 취소하면 다른 곳을 가야하나. 아니면 가게로 가서 미룰 수 있냐고 물어볼까. 아님 체험단 업체에다 얘기를 할까. 문제는 그 업체가 답장이 굉장히 느리다는 거.


메가커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형은 스타벅스에 있다고 했다. 주소를 보자 옆옆 가게였다. 허허, 넓은 강남 안에서 어떻게 우린 통했네.


단편영화 촬영한 게 2달은 된 것 같은데 한 달밖에 안 됐었다. 오늘 이야길 나누면서 알게 됐다. 오우,


그때만 해도 그렇게 춥진 않았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추워지기 시작했을 땐 것 같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물씬 들던, 그리고 이상하게 단풍이 빨갛게 물드는


지금은 영락없는 겨울인데 말이다. 삼한사온이라고 하지만 나한텐 그냥 칠한이다. 따뜻한 4일이 어딨는지 모르겠다. 늙으면 추워진다는데.


살이 빠져서 그렇다고 누군가 그랬다. 늙으면 살이 빠진다, 추워진다. 음, 난 지금도 추운데 나이 들면 얼마나 더 추워지려는 걸까.


일본에 갔다 온 탓일까 한국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일기를 쓰는 동안 2팀이 더 왔다. 놀랍게도 매장 안 모두가 남자라니. 두 눈으로 제대로 확인한 건 아니라 나이까진 식별하기 어렵다. 그냥 형태가 그랬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가게에 가서 양해를 구해볼까. 아,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나만 너무 백수 같다.

너무 백수 같은 게 아니라 백수가 맞구나.


다들 일정이 있어서 바쁜데 나만 스케줄이 비어있다. 그런 중에도 모임을 가지자는 연락이 하나 왔다. 정확히는 단톡방이라 나 하나 빠져도 문제 없는 모임이었다. 가서 여러 일적인 얘기도 하고 근황도 묻고 할 텐데 나는 할 얘기가 없다. 물어보면 뭐라하지


아, 저 그냥 놀아요.


사실 물어보고도 별로 관심 없어 할 형들이 그려진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지. 아니면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인스타 보니까 바쁜 것 같던데?


그건 인스타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싸가지 없는 후배가 될 테니 말을 바꿔야 한다. 아, 그냥 모르겠다. 술도 좋아하질 않고 그래서 가도 좀 손해 같은 느낌이 든다. 전부터 그랬다. 이런 거 얘기하면 좀 그렇긴 한데, 솔직히 한 선배는 내가 준 것만 해도 얼만데 생일 하나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


달러는 주지 말 걸. 한국 와도 바로 쓸 수 있는 건데.

택시를 같이 탔는데 나 혼자 타고 가는 게 더 싼 금액이 나왔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되려나. 모르겠다. 남들 이해시키려고 쓰는 게 일기가 아닌데 뭐.


아, 이렇게 얘기하니까.. 더 가고 싶질 않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내가 봐도 난 잘 지내는 성격이 아니다. 어떤 무리에서도 문제는 일으키진 않지만 그렇다고 주축은 아닌 멤버. 그냥 중간, 아님 중간보다 좀 아래. 진짜 딱 이렇다.


그래서 소수로 보는 게 편하다. 나는 맥시멈이 4명이다. 대학생 때는 6명이었는데. 이제는 4명. 근데 4명도 사실 벅차고 3명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 둘은 너무 한정적이 되고 넷은 살짝 기 빨리고 셋이 제일 적당한 느낌이랄까. 근데 스물여섯에도 이러면 내년엔 어쩌지. 난 아마 혼자서 지내야 할 운명인가 보다. 아님 그냥 동물들이랑 같이 살든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차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