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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적.. 밍기적

그냥 일기

by 수호

그렇다. 난 오늘도 밍기적 거린다. 전날 새벽 1시 전에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오후 2시였다. 13시간을 자는 으른..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21일에 밤샘 촬영 탓인지 몸 컨디션이 돌아오질 않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단 뜻이겠지. 이제는 밤샘을 하면 며칠 간은 몸이 돌아오질 않는다. 아마 오늘의 일도 그때의 여파일지 모른다.


뭐, 오늘 별다른 약속이나 일정은 없다. 이게 백수의 삶이겠지. 7시에 수유에서 보자는 모임이 있는데 귀찮다. 가서 무슨 얘길 하나. 형들의 잘나가는 얘기를 들으면서 박수를 치고, 술잔을 부딪히는 형들따라 나는 물잔으로 건배할까.


그렇게 막차 탈 시간 쯤에 헤어지겠지. 형들은 어떻게 저렇게 잘 노는 걸까. 나만 피곤한 걸까.


이렇게 일어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뭐 따로 계획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점심에 뭐 먹을지 정도는 생각해뒀는데 말이다. 뭐, 이미 점심은 사라졌고 사람이 어떻게 저녁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알바나 하려고 하는데 답장이 돌아오질 않는다. 흠, 행사 알바도 경쟁률이 있었구나.


아, 귀찮다. 이따가 모자 쓰고 나가야겠다. 옷은 뭐 입지. 어젠 좀 따뜻했는데 오늘은 어떨려나. 아, 어차피 실내에만 있을 텐데 상관 없나. 가서 누군 상을 몇 개 받았고 무슨 작품을 찍고 그런 얘길 들어야겠지.


나도 할 얘기가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한 건 뭐 있지.. 부국제 간 작품? 근데 단역이라서 내 부분 잘린 거? 그랫 초대도 받지 못 한 거?


유튜브는 보기 좋게 실패해서 구독자가 498명으로 머물러 있다는 거?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21세기 노예 선언?


모르겠다. 최근에 찍은 단편영화들이 대부분 개판이라 좀 슬프다. 졸업작품이라면서 제대로 마무리도 안 한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본인들 졸작을 저렇게 하나.


처음 그 학생들은 학교 명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유는 지방대라고 하면 배우들이 무시한다고 해서였다. 처음엔 그들의 말이 슬펐다. 하지만 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렇게 마무리하면 어떤 배우라도 무시할 것 같다. 마무리도 안 하는 게 맞는 걸까.


뭐 사정은 각자마다 있으니 말은 아껴야겠지. 난 이미 아끼지 않았지만.


장학생 모집 글을 봤다. 마지막 문항은 선후배가 본인을 추천하는 이유였다. 그러니까 선후배한테 본인을 추천하는 글을 써달라는 거였다. 누구한테 부탁을 할까 생각했다. 누구한테도 부탁하고 싶지 않아졌다.


벌써 오후 4시다. 내가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잠에 드니 하루가 7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인 거다. 이게 뭐지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어디일진 모르겠지만 어디든. 올 겨울엔 호주에 가겠다고 호주로 떠난 친구한테 말했었는데. 올해도 난 거짓말쟁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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