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할 게 많다. 너무 많아서 안 하고 싶다. 밀린 일들이 너무 많아져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브런치에 들어왔다. 일단 뭐라도 끄적끄적하면 풀리는 게 있다. 작은 실마리 같은 느낌보단 그냥 리프레쉬에 가깝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혹은 그냥 먼산을 바라보는 것.
알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전문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이게 알바 면접? 내가 잘못 온 줄 알았다. 어떤 사람은 격식 차림이었다. 뭐지? 왜 알바 면접을 보는데 4명이서 들어가야 하지? 뭘 자꾸 작성하라길래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상한 회사는 아닐까.
같이 면접 보러 온 한 명은 내 또래였다. 그도 나와 비슷한 감정이었나 보다. 알바 면접이 맞아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진짜 몰랐으니까.
그는 놀라울 만큼 내 군대 후임과 비슷했다. 생김새부터 목소리 톤까지. 특히, 뭔가 높은 사람을 대할 때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가는 그 부분까지 비슷했다. 저렇게 생긴 친구들은 다 저런 성격일까 싶었다. 그래서 사실 좀 피하고 싶었다.
근데 그는 정말 인싸형 체질이었다. 처음보는 담당자한테도 초면에 '너무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만큼. 저렇게 쉽게 친해지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약간 경이로울 정도다. 저런 사람들은 토요일에 홍대를 즐기겠지? 사람을 만나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잠실에서 카페를 들릴 생각이었다. 밀린 작업 좀 하려고. 어떻게 할까 하다 블루보틀에 갔는데 자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호지차를 시켰고. 매장 카페를 찾았지만 콘셉트가 쉽게 보이질 않았다. 뭐지, 여긴 카공족이 없나?
그렇게 시간을 쓰다 집으로 돌아왔다. 건대엔 언제나 사람이 많았고.
돌아오니 밥을 안 먹었음을 생각났다. 첫 끼를 저녁으로 먹었다. 이게 맞나..?
오늘까지인 장학생 신청을 끝냈다. 참, 돈 벌기 힘들다.
단편영화 하나를 제작하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요 며칠 계속 단편영화 생각만 나는데 아마 제작이 끝날 때까진 생각을 못 지울 것 같았다.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는 밤이 지속됐다. 어젠 그래서 밤 산책을 나섰다. 사실 정확히는 자정이 넘었으니 새벽. 새벽에 산책은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했는데 찬 공기를 맞자 정화되는 듯했다. 어젠 날씨도 좀 풀렸어서 덜 춥기도 했다.
12월의 마지막 날. 내년이란 말이 내일과 같아지는 날.
신기했다. 2024년도 이렇게 지나는구나. 나도 이제 20대 후반이구나. 그 사실이 실감났다. 나, 이제 절대 어린 나이가 아니구나. 아직 어려, 라는 말도 이젠 못 듣는 나이겠구나. 물론 나이는 상대적인 거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를 객관화하는 게 가장 어려운 거 아닐까. 그 객관화의 기준도 애매모호하고.
사람을 모으자 머리가 아파졌다. 단편영화는 이게 문제였다. 나는 아무런 로컬도 인맥도 크루도 없었으니까. 어쩌면 그냥, 미룰까 싶기도 했다. 2월로 미루면 어떻게 되지? 2월에 찍으면 프리도 시간이 있고 괜찮은데? 싶지만 1월에 찍겠다고 하면 당장 내일이니까.
그리고 점차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등록금 납부가 3주가 안 남았다. 내 수중엔 360이 없다. 주택 청약은 이미 깼다. 알바를 구하고 있지만 요즘따라 더럽게 안 구해진다. 어디서 자금을 충당하는가가 문제가 됐다. 집주인에게 연락 왔다. 계약 만료가 3달밖에 안 남았다.
집주인 양심불량자는 월세 20을 불렀다. 현재 전세로만 지내고 있는 집인데 전월세로 전환하겠다는 거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르면 전세금의 5%만 상향할 수 있다는 명시가 있었다. 아, 근데 법이 아무리 약자를 보호한다 해도 결국에 갑은 집주인이었다.
머리가 아프다. 쓰다 보니까 더 아프네.
지금도 전세 대출 이자 갚는다고 쪼달리는데.
목요일에 내가 찾아뵙기로 했다.
말은 겉으론 통하지만 내가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쓰다 보니까 머리가 더 아파졌다. 그만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