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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그냥 일기

by 수호


아, 머리 아프다. 새로 시작한 알바는 나와 맞질 않는다. 진짜 온몸으로 맞질 않는다. 행사 알바 짬 좀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내향인에겐 맞지 않는 것 같다.


골고루 머리가 아프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서 연락이 오는데 받기가 싫다. 뭐지, 진짜로 어디론가 잠수 타고 싶은 기분이랄까. 하핳. 나이를 먹어도 나는 이렇구나.


알바 때문에 사실 머리가 아팠는데 2월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고마운 일이 됐다. 그런데 문제가 확실히 있다. 입학하면 내가 여유가 있을까. 대학원생인 게 실감 났다. 교수님에게 연락이 왔다. 연구 조교, 오우.


만약 내가 타대에 들어갔으면 이런 연락은 못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아직 확정 지어도 안 되고 사실 교수님께서도 비밀로 하라고 했다. 이건 일기니까, 괜찮지 않을까. 일기는 비밀이 원칙이니까.


극단에서 연극 포스터를 빌렸다. 자취방 한켠에 두고 펼쳤다. 말렸던 포스터는 계속 말릴려고 했다. 벽에 테스트했지만 자꾸만 떼졌다. 유튜브 촬영팀은 포스터를 보더니 벽에 붙여서 찍자고 했다. 단편영화 용 소품으로 빌린 거지 유튜브용으로는 허락을 안 맡았다고 답했지만 촬영팀은 괜찮다고 했다. 음, 괜찮다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본인에게 있었던 것 같다.


이걸 빌려준 분한테 어떻게 얘기할까 하다 까 먹었다. 그래서 참회의 일기를 쓰고 있다. 촬영 당일 날 말곤 만날 일이 이젠 없으니까 그날 말해야 하나. 아님 카톡으로 먼저할까. 근데 불법으로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달아둔 건데.. 그렇지만 허락은 안 맡았네. 흠.


유튜브 촬영팀이 왔다 간 자취방. 자취방도 주인을 닮았는지 기 뺐긴 느낌이었다. 음, 너도 이렇구나. 그냥 나중엔 달팽이처럼 몸과 집이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촬영을 하려고 하니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졌다. 일단 단편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다는 거. 두 번째는 일정. 학과동아리에서도 촬영이 있는 듯했다. 우리랑 날짜가 겹쳤는데.


귀찮다. 나는 먼저 예약을 한 상태인데. 얘기하면 결국엔 내가 양보해주는 방향일 것 같은데.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건데, 어디까지가 좋은 건질 모르겠다.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동아리원들도 1월에 찍어야 할 목표가 있을 거고 자기네들의 스케줄이 있는 거니까. 근데 사실 이건 조율이 될 수 없는 문제 같다. 장비를 어떻게 나누는가.


내가 안 빌리는 장비는 크로마키 천 뿐인데.. 그걸로 촬영이 될까. 카메라는 우리가 외부에서 빌려오는 거니 양보한다고 해도.. 크로마키 천과 바디캠만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동아리 후배들한테도 촬영 건으로 연락을 했었다. 같이 하겠냐고. 사실 거절의 대답보다 둘다 답변이 돌아오질 않았다. 뭐 여기까지는 익숙해서 괜찮다. 그런데 학과 행사 때 내 작품을 동아리 작품으로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나한테 허락을 맡았다면 상관 없을 문제였다. 본인들도 실제로 참여해서 도왔으니까. 그런데 그게 왜 동아리 작품으로 치부되는지와.. 내 허락을 왜 안 맡았는가가 의문이다.


내가 그렇게 포장하는 걸 거절할 리도 없고. 장난으로 회장한테 얘기했었다. 내 허락은 맡아야지.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00이한테 맡았어요. 00이는 촬영감독이다. 연출이 아니라는 것. 그 허락을 왜 걔한테 맡는 걸까. 그냥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리고 나도 그게 생각나서 이번에 써먹었다. 도서관 대관 공문이 필요해서 학과동아리 이름을 팔았다. 이렇게 되면 1:1인가.


아, 모르겠다.

촬영에서 뭐, 과방도 대관했고 촬영 장비도 먼저 예약했고 나한텐 불리할 게 없긴 하다. 근데 다만 신경이 쓰일 뿐이다. 외부에서 렌탈할려면 비쌀 텐데. 근데 진짜 양보할 수가 없다. 거긴 6명이지만 우린 20명이 넘는다. 들어간 돈도 그렇고.


근데 연락을 해야 한다. 하.. 연락하는 사람이 동시에 수십 명이 넘으니까 너무 피곤하다. 내 성격과 맞질 않고. 그냥, 이런 걸 감내해야 되는 거였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면 미화가 되는 것 같다. 미화, 그게 무서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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