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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그냥 일기

by 수호


하루가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왜 벌써 지났지?


나이가 들수록 해가 바뀌는 것에 큰 차이를 못 느낀다. 그냥, 올해도 지나갔구나 이 정도랄까. 나이를 이젠 27살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난 철이 들지 않았고


요즘은 단편영화를 계속 보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단편영화들을 보면서 이건 뭐가 좋고 뭐가 안 좋고 계속 품평 내리고 있다. 내 작품엔 어떤 게 도움이 될까 생각도 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청소를 했다. 일본은 새해에 청소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신년이 되었으니 주변을 깨끗하게 하자, 뭐 그런 의미일 것 같은데


사실 나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다음 주에 있을 자취방 소개 컨셉의 유튜브 촬영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만 했는데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실 청소는 끝도 없어서 만족스럽진 않다. 그냥, 이 정도면 청소했다 소리는 들을 정도만 했다.


알바까지 하려니 머리가 아프다. 아, 그냥 뭐라고 할까. 잘 모르겠다. 일주일에 3일은 알바를 해야 하고 단편영화 기획은 끝도 없고. 하나씩 일을 소분하고 있는데 제 시간에 돌아오질 않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바빠서요,


안 바쁜 사람 찾는 것도 참 일이다. 그냥, 내가 맡아서 하는 게 맘편하기도 한데. 이러다 과로사할 것 같아서 그런다. 다음 주 수요일엔 오디션이 하나 있는데


비글루에서 올릴 법한 숏폼드라마였다. 내용은 대략, fwb 관련 같았다. 오랜만에 오디션이라 설레기도 하는데 하필이면 비글루일까 싶기도 하고.. 일단 붙고 고민해야지 하는데 대본을 보면서 너무 공감이 안 간다.


결국엔 내가 얼마만큼 그 배역에 공감하느냐인데, 배역 속 민구는 군대 가기 전의 20대 초반이다. 그리고 fwb로 만난 그녀를 좋아해서 고백한다. 내일모레 군입대를 하는데 그녀에게 '기다릴게요'라고 말하는 그런 순진한 녀석.


이입이 안 된다. 어렵다. 어려워서 뭐랄까, 아니 정확히는 이해가 안 된다. 그 민구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다.


외장하드 가격을 알아봤다. 2테라바이트를 알아보는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좀 나갔다.

도대체 단편영화 하나에 몇 백을 태우는 걸까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아침 삼김 2000원이고요, 점심 학식 3500원이고요, 저녁 학식 3500원입니다! 땅땅땅, 하고 싶다. 물론 그렇게 해도 9000원이긴 하다. 20명이 9000원씩 써도 하루 18만원이고. 근데 사람이 하루 식대 만원도 안 나와는 게 맞을까 싶기도 하다.


간식비까지 여기서 얹지면 머리가 아파진다. 제작은 간식비 얘기를 하는데 나는 솔직히 간식비는 좀 부수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이때까지 촬영하면서 현장에 어떤 간식이 있느냐가 나에게 중요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상업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어떤 간식보단 밥이 중요하지. 그리고 단역에겐 밥도 간식도 안 주는 곳이 있었고.

사실 그런 현장만 경험하기도 했다. 내가 밥을 먹었던 적은 밥차가 왔던 <용감한 시민>뿐이었고 커피차가 왔던 <스터디그룹>뿐이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제작사를 끼고 있던 한 드라마에선 밥도 간식도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새벽 4-5시에 콜타임 해놓고 아침밥도 준비해두지 않았다.


세브란스안과병원 광고 때도 간식은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광고도 마찬가지였었다.


간식? 스태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스태프를 한 적은 잘 없었으니까.

그냥 배워온 환경 탓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제작은 연영과에 맞게 학교 커리큐럼을 잘 따랐을 것이다. 부족함 없는 인원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난 부족한 환경에서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사실 열악한 환경에 자라온 나는 어쩌면 당연한 게 뭔지 모를지도 모른다.


아, 됐고 돈이나 많았으면 좋겠다.

진짜로..

그럼 나도 이렇게 궁상 맞을 필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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