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기로운 자취 생활

그냥 일기

by 수호


슬기로운 자취 생활을 하고 싶다. 중요한 건 슬기로운이다. 돼지 우리처럼 자취 생활을 해도 자취 생활이라는 목적은 채워지니까. 중요한 점은 '슬기로운' 자취 생활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만한 지혜가 없다. 어깨 너머 보고 자란 건 실천과 별개였다. 오랜 기숙사 생활에 익숙해진 차려진 밥상. 자취 생활의 첫 번째 고난은 바로 밥이었다. 밥 차리는 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다. 사 먹는 건 생각보다 편하고 맛있는 일이었고.


이런 나의 귀차니즘을 부모님은 잘 아는 듯했다. 어제 부모님이 올라 오셨다. 이렇게 올라오시면 텅 빈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곤 내려간다. 마치 본진에서 멀티로 지원 보내는 느낌이다. 보급품이 떨어진 자취방은 한 동안 풍족하다. 밖에 가서 사 먹을 필요 없이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서 먹으면 된다.


부족한 통장의 금액에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나는 밥만 잘 지으면 된다. 밥과 반찬이 있으면 밥상은 풍족해지니까. 물론 가끔씩 치킨이 먹고 싶을 때도 있고 피자가 먹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롯데슈퍼나 이마트로 간다. 마감 세일에 맞춰 당당치킨을 사거나 한다. 학원 바로 앞이 이마트로 종종 들리게 된다. 사실 일주일에 두 번 학원에 출근하는데 매주 한 번은 이마트에 들리는 것 같다. 목요일은 늦게 끝나는 탓에 들리기 힘들지만 화요일은 딱 마감 세일 시작할 때쯤 나도 퇴근을 한다.


대학원 과제는 언뜻 학부 때와 비슷해 보였다. 물론 언뜻이었다. 개강 1주일 차, 벌써 종강이 마렵다. 왜 종강을 안 하지 싶어서 달력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 아직 개강 일주일밖에 안 지난 달력이 보인다. 흠, 내가 잘못 본 건가 싶기도 하다.


밀린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체험단 진행 후엔 포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다.나는 내 부족한 살림을 체험단으로 메우곤 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체험단 진행 상품은 많았고


잠이 온다. 이렇게 졸린 이유가 뭘까. 사실 일찍 자려고 누웠다가 웹툰 정주행을 해버렸다.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네이버 웹툰이었는데 완결난 표시를 보자마자 뭐에 홀린 것 같았다. 100화 정도 되는 분량이었는데 바로 정주행을 해버렸다. 5시간 정도 본 것 같다. 흡입력이 굉장한 만화였다. 군대 이야기는 이상하게 흡입력이 강했다. 군필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거라면 뭔가 슬프긴 한데


사실 군대에 대해 잘 몰라도 문제 없는 작품 같았다.


대학원 첫 번째 과제는 백사2라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감상문이었다. 감상문? 믿지 않았다. 다른 학우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니 감상문이 아니었다. 나는 급한 대로 시집을 펼쳤다. 이걸 어떻게 연결시키고 결부해야 할까 고민하다 다시 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마다 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