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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다 감기

그냥 일기

by 수호 Mar 08. 2025


요즘은 시간이 정말 빠르다. 한 주가 정말 빨리 지니가는데, 이상하게 매주마다 감기에 걸리는 듯하다. 몸이 허약해진 걸까. 어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다고 하여 미세먼지 탓으로 여겼는데 아닌 것 같다.


감기에 걸렸다. 이미 걸린 감기를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고. 빨리 낫는 방법밖에 없긴 한데. 그게 생각보다 내 의사대로 되진 않는다.


이번 주는 개강 주였다. 대학원은 대학교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크게 와닿는 건 없다. 단지 서로 인사를 한다는 점과 서로를 쌤(선생)이라고 부른다는 정도가 낯설고 신기했다. 그리고 대충 서로를 아는 듯했다. 소수의 인원이여서 그런가 싶긴 하다.


자리 배치는 주로 동그랗게 앉는 편 같다. 칠판을 바라보는 구조보단 서로를 마주보는 구조에 가깝다. 수업은 평범한 듯했으나 학부 때와는 조금 다른 듯했다. 어떤 강의에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만을 갖고 수업하는 강의가 있다. 사실 좀 만만하게 봤는데 오티 때 교수자가 말했다.


물리적으로 한 학기 동안 완독할 수는 없을 거라고.


어떤 책이길래 그럴 수가 있나 했는데 진짜였다. 13권 짜리 분량의 책은 한 권당 백과사전에 가까웠다. 책의 갈래도 재밌었다. 소설이 아니었다. 일종의 소설이었다. 읽어보면 알 거라고 했다. 


다른 강의의 책들도 백과사전까진 아니었지만 작은 책은 아니었다. 첫 주는 좀 쉽게 가는 듯했으나 사실 잘 모르겠다. 학원에선 중1 반과 처음 대면했다. 중1 학생들은 많았다. 3 학교가 한 반에 함께 있었다. 어떻게 진도를 나가라는 말인진 잘 모르겠다. 교과서는 다행스럽게도 두 권이었다. 그래도 어려웠는데


무엇보다 시끄러웠다. 그리고 한 학생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학생들끼리 서로 이를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다. 어려웠다.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정해져 있겠지만 사실 그 분위기를 무시하긴 어려웠으니까. 


고1도 놀랍게도 세 학교가 한 반에 있다. 자꾸 학년 별로 자꾸 반을 묶는다.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실 진짜 문제는 다른 게 아니다. 이쯤되면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좀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알바다. 내가 학원 강사로 나갈 거라면 다른 학원으로 이직하긴 해야 하겠지만


잘 가르치진 못해도 그냥 좋은 선생으로 남고 싶다. 반면교사가 아니었으면 하는 딱 하나의 바람이다. 뭐, 국어 점수뿐 아닌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 선생이 이런 말 하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이번 주엔 김오키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3월 3일에 김오키는 힙합수련회라는 앨범을 발매했고 85분이나 되는 앨범의 길이만큼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듯했다. 물론 나는 짧은 촬영이기에 영상에서도 잘 보이질 않을 거다. 그렇지만 그냥 작품을 함께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예전엔 어떤 촬영을 가도 스태프엔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스태프들이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스태프 중에 아는 사람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진 역시 모른다. 그냥, 매번 느끼는 건 하나다. 좁은 세상.


카파 작품들을 메가박스 성수에서 상영했다고 한다. 카파, 나도 카파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배우가 있다. 그는 서울예대, 중앙대, 카파까지 들어갔다. 연기를 위해 세 학교를.


나는 그만큼의 진심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 어려웠다. 나는 결국 자대 대학원을 만만해서 선택 했으니까. 입시를 다시 볼 자신은 없고 실패 리스크를 줄이고 싶고.


자대 대학원인 탓인지 학과 선배들이 몇 분 계셨다. 대학원에 왜 입학 했냐는 말에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너무 어려보일 것 같았고.


아빠가 놀지 말라고 해서요.


농담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농담은 아니었지만. 할 것도 없고 다시 공부를 하는 게 나쁜 선택 같진 않았으니까. 뭐,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게 좋냐 나쁘냐, 이건 뭔가 나와는 별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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