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중1 학생들은 내게 "고마워요"라는 말을 해달라고 한다. 요지는 내 톤이 신기하다는 거였다. 전에 영화를 찍을 땐 "좋아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감독님, 이거 어떄요?
좋아요.
지금의 고마워요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쌤, 힘내세요.
고마워요.
쓰고 나니까 비슷한 맥락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텍스트의 한계인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말하는 좋아요와 고마워요의 공통점은 영혼이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좋아서 좋다고 한다기 보다는 추임새에 가깝고 고마워요는 그냥 애들한테 좋은 말을 해줘야할 것 같은 의무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쨌든 나의 이런 톤 때문인지 중1 학생들은 마주칠 때마다 "고마워요" 해달라고 한다. 무슨 내가 개그맨이 된 기분이다. 유행어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런데 그전과 똑같이 해야 된다는 문제가 있다. 해줘도
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 간다. 인사도 안 하고 가기도 한다. 어린 놈의 새
뭐 이런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어느덧 학원에서도 정착 중이다. 중1이 가장 문제이지만 사실 가장 귀여운 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에 글에서 쓴 건데 한 학생이 국어 수업 신청을 포기했다. 그 학생에게 문제 풀어오라고 했었는데 끝내 검사는 못하게 됐다. 괜히 나 때문에 국어 수업을 안 듣는 걸까 봐 미안하기도 하고
밀린 영화 작업을 시작 중이다. 정말 3월은 대학원 적응하다 끝난 것 같다. 이제 슬슬 여유가 생기는 것도 같지만 사실 여유가 생기기보다는 포기한 것에 가깝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2권이나 밀렸다. 그러니까 페이지로 따지면 약 800-900페이지. 다음 시간까지 내가 1500페이지를 읽어갈 수 있을까? 목요일 수업이니 하루에.. 하핳
학원에서의 수업은 문제가 있다. 학교가 다른 학생들이 같은 학년이라고 같은 반으로 묶어 놓았다는 것. 보습 학원은 원래 이런 걸까. 시험이 2주 남았는데 진도를 다 빼질 못하겠다. 내가 그렇다고 수업마다 놀진 않았는데. 진도가 좀 느린 것 같기도 하지만..
비가 오자 벚꽃이 졌다. 이제 벚꽃은 끝물이다. 비가 좀 신기하다 싶었는데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우박이었다고 한다. 어쩐지 비가 아프더라.
시간이 참 빠르다. 뭘 했다고 4월일까. 3월엔 촬영을 딱 하나 했다. 김오키의 힙합수련회 뮤비. 뮤비인데 왜 유튜브에 공개를 안 하는 걸까. 4월엔 하나도 못 찍을 것 같단 예감이 든다. 일단 시간이 너무 없다. 정확히는 내가 대학원과 학원 이외의 무언가를 할 여유가 안 생긴다. 내 영화나 마저 완성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