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가 잠시 신이었던

그냥 일기

by 수호


유희경 시인의 시집 제목을 난 오래도록 이해 못했다. 우리가 잠시 신이었던, 당신이 내게 신이었던이라는 말이 뭘까.


시의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으나 아마 연인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비유한 게 아닐까. 사랑할 땐 '너'가 아닌 '신'처럼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신의 말은 믿음이었고 나는 신도였고


합평 시간이었다. 어떤 분이 시를 써왔다. 신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는 '신'을 만났고 그에게 따진다. 나는 그 표현이 수사적인 거로 생각했는데 진짜 신이었다. '신'이 '나'에게 묻는 건 여자냐 남자냐였고 그 쉬는 퀴어를 다루는 시였다. '나'가 옷을 벗어서 증명하려고 하자 신 앞에서 어디 불손하게 벗냐고 했다.


나는 시를 이해하질 못했고 '신'이라는 단어에 자꾸만 꽂혔다. 저 단어는 뭐길래 저렇게 큰 단어가 될까. 앞뒤 내용 다 자르고 방점을 찍어둔 것처럼 눈에 띄었다.


낯선 전화가 왔다. 대학원에 들어가니 대학원에서의 인간 관계가 다시 생겨났다. 학부나 대학원이나 귀찮은 것 투성이였고.


나는 국내 주식만 투자했다. 물론 미국장도 하고 있긴 하다. 테슬라 한 주지만. 그 한 주는 60에 들어갔지만 트럼프 당선 후로 쭉 내리막길을 탔다. 그러다 다시 조금 반동하다 최근에 결별 탓인지 다시 떨어졌다. 돈 20만원을 아무것도 못하고 잃었다. 어쨌든 국장에선 재미를 작년부터 못 봤다. 작년부턴 갑자기 대공황 급으로 폭락하기도 했고 소식이 별로였다. 그러다 드디어 반동이 생겼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상승하는 거였다.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었고


상승곡선과 함께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대로 에코프로처럼 되주렴. 그래서 나를 학자금 대출로부터 전세 대출로부터 해방시켜줬으면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게 신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되는 것이겠지.


시집을 읽었다.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것도 최신의 시집을 말이다. 시를 완성시키기까지의 고단함이 상상됐다. 옛날엔 이런 것에 관심 없었는데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 연극을 보고 왔다. 서울연극센터는 깨끗하고 깔끔했다. 한성대역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은 조금 아쉽지만 내부가 너무 좋았다. 공연장은 대극장이었다. 200명까지 수용이 될 것 같은 규모였고 무대를 내려다보는 형식이었다. 아르코 대극장보다 넓은 수준이려나.


공연을 보기 전 아는 지인과 밥을 먹었다. 이모낙산냉면이었다. 뭐 대충 그런 이름의 노포집이었다. 가게 안은 테이블 4개였고 원룸 수준의 홀이었다. 냉면을 먹고 계산하는 순간이었다. 소위 '이모'는 우리에게 연기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하지 고민하다 지인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모는 우리를 응원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공연에 익숙한 동네라서 그런 걸까. 동네 주민 또한 태도가 멋있었다. 동네가 하나의 공연을 위하는 느낌이랄까. 난 혜화를 갈 때도 로컬 집을 선호한다. 그런 가게엔 포스터가 가득하다. 가게는 공연을 홍보하고 공연 관계자는 그곳에서 밥을 먹고. 서로가 공생하는 관계.


사회가 아름답게 형성되기 위해선 그런 공생이 필요한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적시하고 적대하는 게 아닌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서로를 응원까진 못해줘도 인정해주는 것.


우리가 '신'이라고 믿는 존재를 생각해본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는 관계일까 했을 땐 의문점이 든다. 무신론자인 내겐 일방적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난 불교에 마음이 더 갔던 것 같다. 나도 부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잠시 신이었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너'가 신이되는 건 가능해도 '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긴 사랑은 쌍방이어야 하는 건데. 어쩌면 난 일방적으로 네가 신이라고 믿었던 것 같기도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생이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