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20일에 서울국제도서전을 갔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줄여서 서국도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사실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은 아닌 것 같은데 유튜브나 인스타에 보면 서국도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았고
오후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삼성역으로 향했다. 비가 오고 있었고 집에 갈 때쯤에는 바람이 엄청 셌다. 우산이 뒤집혀질 만큼.
사실 국제도서전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작년엔 일정이 맞질 않아 얼리버드로 예약한 티켓을 환불했다. 올해는 힙독클럽에서 받은 초대권으로 갔는데
엄청 스케일이 커진 느낌이었다. 재작년까진 꾸준히 갔던 것 같은데 이때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규모였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민음사,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창비 등의 메이저 출판사는 구경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김영사도 마찬가지였고 그냥 대부분 너무 복잡했다.
박정민 배우로 유명한 출판사 무제의 줄은 엄청 났다. 쉬지 않고 계속 싸인해주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것도 엄청 힘들 텐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특정 연예인이 있었다. 이번엔 박찬욱 감독이었다. 이게 뭘까 싶었다. 예전엔 김영하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을 봤었는데
전체적으로 느낀 점은 뭐랄까. 서울국제도서전을 온전히 느끼기엔 힘들었다. 그리고 어쨌든 매년 참석했던 관객의 입장으로선 새로운 것이 많이 보이질 않았다. 물론 굿즈나 책 이런 건 당연히 새로운 게 많지만 예전 만큼의 신선함은 못 느꼈다. 단순히 내가 경험이 쌓이면서 익숙해진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아쉽다랄까. 곳곳을 돌아다녔고 좋은 책도 알게 되고 다양한 굿즈도 받았다. 15000 걸음을 그 날 걸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호기심 간 책이 있었다. 동물의 정치적 권리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생각이다. 그 책과 <프루스트의 문장들>이란 책이다. 올해 나온 책인데 디자인도 깔끔하고 최근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은 탓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 책을 만든 출판사는 특정 인물들에 대해 초점을 맞춘 책들이 많아 보였다. 박찬욱과 미장센 같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특정 회사들의 구독 및 홍보 부스였다. 전시회니까, 박람회니까, 하릴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홍보만을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예스24와 윌라?였다. 예스24는 크레마 클럽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홍보했고 구독을 해야지 사은품을 주는 형태였다. 윌라?라는 곳은 오디오북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여기 또한 구독을 해야지 사은품을 주는 곳이었다. 물론 사은품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만족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예스24와 윌라? 구독을 바로 해지했다. 밀리의 서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구독하고 있어서 사은품을 쉽게 받았지만 여기 또한 구독해야지 사은품을 주는 곳이었다.
물론 위 세 플랫폼의 특성을 생각하면 한계가 명확한 부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을 돌릴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 예가 읽는 사람?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 안 나지만 여기 또한 구독 플랫폼이었다. 구독하면 고전을 보내주고 하는 식의 그런 책 배달?
그런데 여긴 부스 자체를 잘 꾸며서 기억에 남는다. 어떤 고전이 있는지 어떤 책을 보내주는지 잘 전시했고 디자인도 눈에 들어왔다. 구독을 강요하지 않았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얼마일까? 궁금했지만 아무 곳에도 적혀 있질 않았고 스태프(?)들도 먼저 나서서 알려주려고 하진 않았다.
독일문화원, 프랑스문화원, 대만문화원 등등 타국의 부스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뭐.. 외국어였다는 점. 타국의 책이 궁금하긴 한데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메이저 출판사보단 작은 출판사나 독립 출판사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그런 작은 출판사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이 책을 굳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도서관에서도 쉽게 못 빌린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이걸 굳이 살 정도인가 싶었다. 심지어 어떤 부스는 굿즈만 팔기도 했다. 그런데 아마 굿즈만 파는 이 부스가 사람들에게 더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불교 관련 부스도 있었는데 너무 비쌌다. ISBN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서적이었다.
아침달 출판사가 있었다. 원하는 시집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인터넷이 아무리 봐도 더 싼 것 같았다. 여기서 사면 싸다고 하는데 어떤 면에서 더 싸다고 말하는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아쉬움도 많았지만 재밌었다. 금요일에 간 탓인지 종료 시간(19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18:30 정도부터는 정말 편하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