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그냥 일기

by 수호


기말고사가 끝나도 학원은 계속 운영한다. 시험이 끝난 한 학생이 자신이 시험을 잘 봤다고 했다.


아 그래? 몇 점인데?

기억 안 나요.


..그럴 수 있지.


시험은 잘 봤지만 점수는 기억나질 않는 친구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말고사가 언제 있었냐는 듯 다시 평소 같은 평화를 찾은 아이들이었다. 사실 시험기간이라고 그렇게 예민하거나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그래, 건강만 하면 됐지.


시험이 끝나고 다양한 군상이 모인다. 누군 잘 봤고 누군 잘 못 보고. 그런 아이들 틈에서 중도를 지키는 게 선생이 할 일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학생들 만큼이나 시험이 끝나면 선생들도 바빠진다. 회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젠 회식이 있었고 저번 회식과 같은 장소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원장 쌤이 취하셨다는 것?


영수증을 보니 청하가 16병이 찍혀 있었다. 테이블엔 8명, 그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은 6명이었다. 맥주는 4병이 찍혀 있었고 3명만 마셨다. 6명이서 16병을 인당으로 나눠도 2병 이상은 마신 건데, 특정 사람들이 많이 마신 게 보였다. 당연 그 중엔 원장 쌤도 계셨다.


술을 마시곤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은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갔다. 청하와 맥주를 준비했지만 아무도 술을 마시진 않았던 것 같다. 다들 1차 때 질리도록 마셨던 걸까. 노래방은 끝나길 바랐지만 자꾸만 시간이 추가됐다. 서비스를 주지 말라고 사장한테 말하고 싶었다. 서비스 받고 싶지 않은 손님이 나였고


무척이나 더웠다. 더웠고 더워서 녹아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올 여름은 계속 그럴 것 같았다. 어젠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서 계속 돌아다녔다. 그렇게 저녁엔 회식도 있어서 새벽 2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시험이 끝난 주엔 학원생들은 평화롭다. 그리고 놀기를 바란다. 사실 논다는 것도 애매하다. 자유를 주면 다들 휴대폰을 만진다. 요즘은 휴대폰이 있으니 자유시간을 주면 다들 폰 만지기 바쁘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가벼운 유의물을 나눠줬다. 하고 쉬자.


반응은 다들 안 좋다. 하기 싫다고 말한 학생도 있다. 하기 싫어도 하릴없지. 인생이 언제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었겠어.


학생 중 하나는 앞머리 고정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자랑했다. 고개를 앞뒤로 흔드는 데 귀여웠다. 많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나는 선생마다 고개를 흔들었다. 앞머리 하나도 안 흔들리죠?


학원에 출근하기 전, 스태프한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였다. 어? 전에 만났던 사람의 목소리인데? 여보세요,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웠다. 다시 여보세요, 하는 그의 목소리에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끊었다. 그러곤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내가 이름을 착각했던 거였다.


사실 적을 건 너무 많다. 미팅도 갔고 프로필도 찍었고 회식 이야기만 해도 너무 넘쳐나니까.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고 벌써 7월이 되었다. 상반기가 끝났다. 5개월이 지나면 27이 아닌 28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실감나는 건 시선이다. 며칠 전, 집에 하자가 생겨서 집주인이 찾아왔다. 집주인은 내게 나이와 학교 등을 물었는데, 물음 속엔 시선이 느껴졌다. 어, 그 나이면 보통 졸업하지 않나요?


아.. 저 대학원생입니다


뭐랄까, 이젠 대답이 꺼려질 때가 조금씩 찾아왔다. 그래서 어쩔 땐 학원 강사입니다 말할 때가 편할 때도 있다. 사회 직군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인처럼 보이니까. 20대 초중반일 땐 몰랐었다. 나는 절대 적은 나이가 아닌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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