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8일엔 국중박에 갔다. 그냥, 쉬는 날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더운 날씨에 마땅한 곳 없을까 하다 반가사유상이 보였다. 사유의 방, 학생 때는 들려도 잘 몰랐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국중박은 그 동안 달라졌었다. 공항검색대처럼 가방을 입구에서 검사했다. 신기했다. 사람은 많았다. 기대했던 사유의 방은 사람이 많았다. 사유를 하기엔 독자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끄러웠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참다 못했는지
여기는 떠드는 공간이 아닙니다!
짧은 침묵이 따랐지만 곧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래도 사유의 방 공간은 정말 인상적이다. 최소한의 조명이랄까, 경사는 기울어져 있는데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두 개의 부처 상은 인상적이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자태랄까. 그 세월 속에서도 한결 같은 자세를 유지한 게 보인다. 세월 속에서 무너진 몸과 형체는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고.
사람이 많았다. 외국인도 많았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빙수집에 들렀다. 예전에 친구들과 주차장을 이용한 적 있었다. 거기서 가까운 곳에 빙수집이 있는 줄 몰랐다. 파란 리본이 문에 가득했다. 팥빙수는 단촐했다. 사실 당연한 거지. 그리고 맛은 본연에 충실했다. 혼자 먹기 많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학원?
쌤, 안 오세요?
?
오늘 쉬는 날 아니었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시험 끝나면 한 주 쉬는 게 아니었구나. 저번만 그랬던 건가. 여러 생각이 오갔다. 행정 쌤은 사정을 이해해주셨는지 잘 해결해주었다. 원장 쌤에겐 바로 사과 문자를 보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늘 수업할 학생이 한 명이라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래서 그 날 그 학생은 영어를 했다고 한다.
다음 날은 회식이었고 회식에 도착하자마자 행정 쌤은 내게
뻗치라고 했다.
원장 쌤은 벌주라면서 맥주와 소주를 한 잔씩 가득 담아주셨다. 원샷해요.
그렇게 공복에 바로 때러넣으니 어지러웠다. 한 잔만에 어지럽다니 나도 가성비가 참 좋은 인간이지. 그리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회식 동안 나는 정신줄과 열심히 씨름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원장 쌤이 먼저 취하신 것인데, 사실 다행은 아니었다. 주정이 있으셨다.
오늘은 11일이다. 한 10월까진 무덥겠지. 양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남자들도 좀 쓰고 다녔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쓰지.
학원이 끝나면 밤 10시다. 빌딩에서 나가는데 시원했다. 같이 퇴근한 과학쌤과 나는 놀라했다. 시원하네. 과학쌤이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했다. 잘 때 걱정이라는데.
난 에어컨 없는데.. 문제가 있다면 나도 잘 때가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풍기로 커버하기엔 한계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큰 방엔 최근 공사로 인해 시멘트가 바닥에 칠해져 있다. 뭔가 집에 시멘트 바닥이 보이니 집 같은 느낌이 안 든다. 바깥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