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너무 덥고 자취방엔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카페로 피신 왔다. 가까운 곳에 넓은 카페가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아이들이 한 명씩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큰 카페였다. 아이들은 활기가 넘쳤고 넓은 공간이라 다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음료는 사실 맛있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카페에 오면 어쨌든 밀린 일을 할 수 있다. 밀린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노트북을 종일 두들기는 것처럼 남들에겐 보일 것 같다. 그리고 밀린 일을 하다 보면 귀찮아질 때가 오는데 그럴 땐 브런치를 들어간다.
요즘은 좋아요가 줄었다. 브런치 멤버쉽 글을 쓴 후로 좋아요가 줄어서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사실 일이라고 해도 잡일이다. 잡일은 발음이 '잠닐'이다. 고등학생 친구들의 이번 단원은 음운 변동이었다. 잡일은 ㄴ첨가가 일어나고 그 다음 비음화가 일어난다. 그렇게 잡일은 '잠닐'이라고 발음하게 된다. 갑자기 나도 왜 이 얘길 하는진 모르겠는데
아이, 뛰어다니지 않게 케어해주세요~
라는 카페 사장의 목소리가 카페에 마침 울린다. 아이는 열심히 뛰다가 아빠(아마)에게 안겨진 채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생각하니 나 너무 변태처럼 상황을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한데, 아이는 한번도 보질 않았다. 오직 소리로만 판단하고 있기에 상황은 틀릴 수도 있다.
사실 잡일의 가장 큰 문제는 귀찮다는 것이다. 1시간 넘게 한 것 같은데 아직까지 잡일이 남았다. 사실 이걸 잡일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형용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냥, 마땅한 표현을 모르겠어서 잡일이라고 한다. 평소에 하나씩 일이 생길 때마다 처리하면 금방이지만 몰아서 하면 몇 시간이다. 그리고 이런 잡일하는 동안은 카톡을 주기적으로 보게 된다. 칼답을 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은 지연되고
카페엔 2시간만 이용해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시간, 딱 채우면 저녁 먹으면 되겠다. 요즘 외식이 잦아졌다. 집에서 먹기 너무 귀찮아졌다. 사실 모든 게 다 귀찮아졌다. 더워서라기 보다는 그냥 모르겠다. 그냥,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변덕이랄까.
날이 더워서 어딜 떠날 엄두도 나질 않는다. 회식 때였다. 내가 무단 결근한 날 무엇을 했냐고 다른 쌤이 물었다.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대답을 피하고 싶었는데, 내가 대답하기 전 다른 쌤이 이어서 말을 했다. 재밌게 시간 보냈으면 됐다고.
재밌게라. 나는 용산에 갔다고 했다. 누구랑 갔냐고 누군가 물었다. 혼자라고 하자,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재밌게 시간을 보낸 것에 혼자는 포함되지 않는 걸까. 생각하니 내가 재밌게 보냈나, 그건 또 모르겠다. 국중박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별로였다. 굿즈는 비쌌다. 반가사유상 65000원? 케데헌 호랑이는 74000원? 심지어 케데헌 호랑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반가사유상 스티커 단품을 샀는데 2000원이었다. 사유의 방은 사람이 많았고 시끌벅적했다. 사유하기 좋은 공간은 옛 말처럼 느껴졌다.
혼자라.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데. 사실 생각하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내 얘기는 아니고 남 얘기이긴 한데..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어떤 사람이 말하자, 주변은 '혼자'에 꽂혔다. 같이 보고 경험하는 게 좋은 걸까. 연애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누구를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여전히. 어제 아래는 실수를 했다. 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연락한 거였다. 이름이 비슷했었다. 연락처 삭제를 안 한 것도 몰랐다. 오랜만에 들은 그의 목소리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죄송합니다라고 답변하고 급하게 끊었는데
괜히 일상을 방해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기억도 못하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했고. 뭐, 어떻게 생각하는진 모르지만 그냥 그런 해프닝이 있었다. 나만 아마 당황하고 심각했을 것 같다.
이제 카페에서 2시간을 채우게 된다. 나갈 준비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