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담이

그냥 일기

by 수호


잊고 살았다. 목에 담 걸린다는 게 어떤 건지 말이다. 오늘 자고 일어났을 때 당황스러웠다. 목에 담이 걸린 거다. 최근 늑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아픈 곳 천국이었는데 이젠 목까지. 늑골이 아프니 눕고 일어날 때가 힘들었는데 목에 담까지 오니 일상이 힘들어졌다.


오늘은 보강 날, 학원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힘드니 자세나 행동이 소극적이 된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는데 주변을 둘러보기 힘들었다. 뒤에 차가 오나 사람이 오나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날씨는 또 무진장 더웠고.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나도 저때가 있었지. 엄청 싫었고 시험이 빨리 끝나길 바랐고. 시험은 왜 쳐야 하는지 몰랐고. 그땐 시험 때만 되면 몸이 아팠다. 의사는 내게 시험증후군이라고 했다. 난 그때 그 말을 믿었다. 담임 쌤한테 가서, 저 시험 증후군이래요 했던 기억이 난다. 담임이 뭐라고 했는진 기억이 안 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웠다. 목이 걸리니 가만히 앉아 있고 서 있는 것도 힘들었다. 눕자 편했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18:30이었다. 저녁을 대충 먹고 차얌에 갔다. 밀크티가 맛있다. 따뜻하게 시켜서 식혀서 먹으면 좋았다. 1500원이라는 가격도 마음에 들었고


알바생이 친절했다. 밀크티를 굉장히 뜨겁게 만들어줬는데 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당도는 50으로 한다. 적당히 단맛이 나면 밀크티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너무 달면 본연의 맛을 뺏긴다.


동물권 동아리 학생을 마주쳤다. 여전히 강아지와 산책을 했다. 이 날씨에 댕댕이 만큼이나 주인도 힘들어 보였다. 댕댕이는 여전히 내겐 관심이 없고 나비라는 고양이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나비는 댕댕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 관심 없어 보였다.


내일은 담이 풀리길 바란다. 그래야만 한다. 이거는 사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어제, 산책할 때였다. 우리 마을엔 조현병 환자가 하나 있다. 당근에서도 나름 유명한 친구였다. 동네에서도 알 사람들은 익히 아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 웃고 다녔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내 옆에서 나를 보며 웃었다. 엄청. 신호를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이 나와 조현병 환자 친구를 한 번씩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웃는 거니까 기분이 좋은 것이겠지? 근데 나를 보면서 웃으니까 왜 비웃는 것 같을까. 착잡했다. 사실 마음 같아선 욕이라도 뱉고 싶었다. 사실 전부터 많이 쌓였던 누적이 있었다. 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데 그 친구가 노상방뇨 중이었다. 그것까진 뭐 알아서 할 일이었으니 별 상관 없었다. 하지만 노상방뇨를 하면서 고개는 나에게 돌려 웃는 거였다. 나도 모르게,


뭘 쪼개요?


소리가 나갔다. 화가 났다. 전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쪽팔렸다. 전화 상대방은 이 상황이 보이지도 무슨 상황인지도 모를 텐데 괜스레 내가 부끄러웠다. 치부를 들킨 것 같달까. 나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바로 고개를 돌리곤 자신의 고추를 보는 것 같았다. 오줌 물줄기 따라 시선이 내려갔는지 어땠는진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곧바로 앞을 보면서 씩씩대며 걸었다. 그러곤 전화 상대방이


무슨 일인데?


묻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몰라, 왠 이상한 새끼가 노상방뇨하면서 나 보고 쪼개잖아.


노상방뇨를 하는 그 친구가 못 들었을 린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의식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말이 나와 버렸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 일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또 그랬으니까.


나는 그냥 그 친구가 싫은 것이겠지? 싫은 사람은 숨만 쉬어도 싫다니까. 모르겠다. 사실 그 친구가 10년만 더 전에 태어났어도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 본다. 분명 맞았을 거다. 이게 옳다는 것도 아니고 폭력이 정당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릴 때만 생각해도 주먹을 쓰는 경우가 너무 빈번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난 동네 형들한테 단체로 맞았다. 잘못을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하진 않았다. 그냥 그 상황에 걸리면 그땐 그랬다.


집주인이 조현병 환자를 유의했다. 저 친구 때문에 이 집엔 못 살겠다는 거였다. 자기 아들과 며느리 신혼집으로 주려고 했는데 아이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들었고 이사 오던 사람도 취소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저 사람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사하기 전 고민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시선 자체가 잘못된 것일 텐데 말이다. 사회는 어우러지고 섞이는 건데 내가 뭐라고 저 친구를 함부로 규정하는 걸까. 그리고 사회에 장애인이 섞인 게 당연한 것인데. 정상 사회와 비정상 사회를 나도 모르게 나눈 건 아닐까.


그렇지만 너무 힘들 때가 있다. 특히 길가에서 오줌을 싸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웃는 건 너무 충격적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 나도 자꾸만 예민해지는 것 같다.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느낌이 이상해서 문에 고리를 달아둔 채 문을 열었다. 어떤 아저씨가 문을 잡아 당겼다. 고리가 팽팽해졌다. 누구세요?


아랫집에서 올라온 아저씨였다. 물이 샌다는 게 요지였는데 왜 나를 찾아온 건지 궁금했다. 우리집에서 아래로 물이 떨어진다면 우리집에서 누수가 있다는 것일 텐데 그런 부분은 당연 없었으니까. 어디가 새냐니까 화장실이라고 했다. 나는 고민하다 문을 열어줬다. 근데 열어주면? 보여주면 이유를 알 수 있나 싶었다.


아저씨는 우리집 화장실을 열심히 둘러봤다.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집주인에게 연락해보겠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아저씨, 처음엔 많이 흥분해 보였는데 돌아갈 땐 침착해보였다. 어떤 이유 탓에 흥분한 걸까. 내가 일부로 물을 누수시킨다고 생각했을까. 돌이켜보면 물 새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생각했다. 관리사무실로 가는 게 빠르지 않나. 아, 아저씨 퇴근했지.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는 빌라였지. 심지어 퇴근도 아니고 주말엔 출근을 안 하니까.


화장실은 어제와 같았다.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물이 샌다고 했으니 뭐 어쨌든 뭐가 잘못된 것이긴 할 텐데, 사실 난 이런 걸 너무 모른다. 가스레인지도 잘 안 되지만 그냥 쓰고 있다. 집주인은 바꿔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전세는 이렇게 가혹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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