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도

그냥 일기

by 수호


오늘은 학원에 출근하는 날이다. 출근 전 연구실에 들렀는데 감기에 걸렸다. 역시 대학원은 가는 곳이 아닌 것 같다.


오늘은 두 학생만 수업이 있는데 한 학생이 1시간이 지나서야 수업에 왔다.


어젠 단편영화 촬영이 있었다. 감독은 미국에서 온 분이었다. 외형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지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분이었다. 약간 괴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기한 분이었는데


오전에만 파워에이드 500미리를 세 병을 마셨다. 그러곤 오후에 파워에이드 제로 500미리도 마셨다. 점심엔 콜라도 마셨다. 그러곤 아침으론 꼬깔콘과 가래떡 3개를 먹었다. 꼬깔콘은 거의 드시질 않은 것 같았는데 사실 파워에이드 2리터를 마셨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오리지날 맛이긴 했지만 똑같은 음료를 2리터나 마실 수 있구나. 마라톤을 뛰고 왔어도 저만큼은 못 마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프린트를 하는 중이었다. 하원 시간이었는지 쌍둥이 친구가 나왔다. 행정 쌤이 쌍둥이에게 우편번호를 아냐고 했다. 쌍둥이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자 행정 쌤이 우체통은 아냐고 했다.


한 친구는 아는 눈치였다. 종이 같은 거 넣는 거 아니에요?


한자는 아냐는 행정 쌤의 말에 쌍둥이는 대답이 없어졌다. 한 친구가 한자가 뭐에요?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한자도 우편번호도 낯선 것이 된 걸까. 사용하지 않으니 모르는 것일까. 한문을 모른다는 건 본인의 이름이 한자로 되어있다는 걸 모른다는 뜻이기도 할 거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부모님한테 너희 이름 뜻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쌍둥이는 당연하다는 듯, 아빠도 모를 걸요. 이름을 부모가 지어준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걸까...


행정 쌤은 아이들의 어휘력이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나한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길래, 스마트폰 없으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했다. 그러자 행정 쌤은, 애 생기면 폰 안 사줄 거냐고.


사실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 나만 그런 것 같았다. 애들이야 뭐, 안 쓰면 모르고 관심 없으면 모르는 거고. 사실 어른도 그렇지 않은가. 공부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지, 억지로 시킨다고 할까.


행정 쌤은 나에게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냐고 했다. 생각하니까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어떻게 공부를 잘했냐고 했다. 사실 잘하진 않았는데. 생각하니 나는 문해력에 문제가 어릴 때부터 없긴 했다. 사실 다른 친구들도 그랬던 편 같긴 한데 안 물어봐서 잘 모르긴 한다. 곰곰이 생각하니 부모의 영향이 좀 있지 않을까. 솔직하게 아빠가 공부를 못한 것 같지는 않았다.


유전일까? 잘 모르겠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의 아빠가 세무사라는 얘길 들었다. 유전의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가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렇기에 우린 그걸 고민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고민은 5살 아이도 35살 어른도 갖고 있다. 고민의 크기는 상대적인 개념일 것이고 누군가한텐 귀엽기만 할 것이고.


나는 어릴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쓸데없는 고민이 많았고 생각이 많았다. 남을 의식했던 것 같고 자유롭게 나를 표출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실 비슷하다. 학원의 원생들을 보면 나와 닮은 아이들이 보인다.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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