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2주차

그냥 일기

by 수호


개강 2주차가 된 현 시점, 학교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학식을 먹으러 갈 때면 실감난다. 줄 서서 학식을 먹는다는 건 퍽 낯설기까지 하니까. 근로는 오늘로 이틀 째. 사실 별로 할 건 없다.


일이 점점 늘고 있다. AI로 이것저것을 시도하다 결국엔 공모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수확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우리는 결과중심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떠한 작업물에 대해선 결과물이 있어야 하고 결과물은 곧 수확을 얘기했다. 영화를 찍었으면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고 수상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수상 받지 못한다고 못 만든 영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뭐, 증명할 방법 중 하나가 수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곳저곳 문을 두들기고 있다. 차츰 발표나는 영화제 소식에 실망이 가득한 요즘이다. 누구는 공식 상영작에 됐다고, 그런 소식을 들으면 괜히 낙담하게 된다. 나도 낸 대회인데


내가 그렇게 못 찍었나 싶기도 하고


잘 만들었다는 영화를 볼 때면 사실 의문이 남을 때도 있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어쩌면 취향의 영역일까. 물론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넘는 건 사실이다. 영화로써 부족함도 없고


그렇다면 내 영화는 부족함이 많은 걸까. 주인을 닮아서 영화도 불쌍하게 되었다.


3월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독 공모전이 많은 것 같은 요즘이다. 특히 눈에 띄게 증가한 AI.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화제, 공모전은 정말 많아 보인다. 그리고 영화라는 문턱을 스마트폰 때보다 더 낮춘 게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뭐랄까, 그 동안의 과정이 간략화된다고 할까. 영화를 찍기 위해 삼삼오오 모였던 스태프가 이제는 방 구석에서 노트북 딸깍하는 1인 창작자로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물론 그 '딸깍'에 대해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그 '딸깍'을 14시간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성형 인공지능이 문턱을 낮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허들을 낮췄느냐? 물론 영화의 진입 과정이라는 허들을 낮췄다곤 할 수 없지만 없애진 못한다. 결국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도입은 또 다른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지 뭐


생성형 인공지능 툴은 기본적으로 유료 시스템이야. 구독을 해야 한다. 힉스필드의 월 결제의 경우 9달러, 29달러, 49달러, 250달러로 나눠진다. 그리고 각각 돈의 가치만큼 쓸 수 있는 것도 크레딧도 다르다. 그런데 AI영화가 힉스필드만 있으면 될까? 그럴리가.


기본적으로 쓰는 툴만 해도 6개는 된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계산도 뚜렷해진다. 하나의 툴을 250달러씩 6개를 구독하는 사람과 9달러 짜리 구독하는 사람, 이건 분명 질에서 차이난다.


코로나 때 느꼈던 건 비대면 수업의 명확한 한계였다. 당장 노트북도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수업을 들을까라는 가시적인 문제. 우리는 생각보다 차별에 익숙했다. 노트북이 없으면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으로 그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하라고?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는데 너무 빨리 간다. 이런 당연한 얘기는 너무 식상해서 쓸 때마다 근절하고 싶어진다. 시간이 원숭이 나무타듯 지나간다. 이 표현은 이미 선생님이 쓰신 표현이다. 어렵다. 그냥 시간이 고장 난 충전기처럼 멈췄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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