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당근

그냥 일기

by 수호


당근에서 애플펜슬 1세대를 중고에 샀다. 택배비는 3900원. 판매자는 나에게 물건을 팔자마자 가격을 3000원 내렸다.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당근에 누군가 거래 요청?을 보냈다. 15000원짜리 물건을 10000원에 네고한 거였다. 수락하면 그렇게 팔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그래, 팔아야지. 구매자의 매너온도는 80도가 넘었다. 답장도 10분만에 한다고 떴다. 그렇지만 내 답장은 12시간이 지나도 읽지 않았다.


판매 장소를 묻자 자신의 집쪽으로 와달라는 구매자. 음, 네고도 모자라서?


내가 싫다고 하자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아쉽다라고. 매너온도 80도의 위엄일까. 사실 학교에서 그가 말한 시장의 위치는 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학교로 오는 게 멀지 않았다. 흠, 괜히 자존심 부렸나. 자존심이 만원 먹여주지 않는데.


프리미어 프로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너무 어렵다. 화면부터 낯선 탓인지 엄두도 못내겠고 뭐가 이렇게 정보값이 많은 건지.


주말의 학교는 조용하다. 어쩐지 오늘은 평소보다 더 조용한 것 같다. 학교에 불이 꺼진 걸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랄까. 토요일까진 학교가 보통 북적북적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공모전에 많이 도전하는 중이다. 작년에만 해도 공모전은 쳐다도 안 본 것 같았는데. 아, 오늘 학교가 이렇게 조용한 탓은 광화문으로 사람들이 몰려갔기 때문일까.


며칠 전 학식을 먹는데 외국인 학우 네 명이 옆에 앉았다. 그들 중 셋은 서양 음식을, 한 명은 비빔밥(육회비빔밥으로 추정)을 시켰다. 비빔밥을 시킨 그 친구는 밥과 야채를 비벼서 먹지 않고 초밥처럼 따로 먹고 있었다. 하얀 밥이라니, 고추장이 매워서 저러는 건가? 아니, 근데 그것보다 맛이 있나?


생각보다 그의 표정은 흡족해 보였다. 어쩌면 알고도 저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밥을 먹는 내내 머릿 속엔 오지랖이 멤돌았다. 믹스 유얼 라이스! 믹스! 믹스! 섞으라고.


과사에서 일하게 된 탓인지 교수님들이 나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뭐, 자질구레한 것들을 시킨다라든가. 갑자기 전화가 온다든가. 분명, 목적 없이 나에게 전화 걸 양반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학생들을 자주 본다는 건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듣기 싫은 것들도 들을 때가 생긴다라든가, 그래도 생기 있는 학생들을 본다라는 장점이랄까. 다들 뭐랄까, 시대가 변한 탓인지 선후배에 대한 개념은 크게 없는 것 같긴 했다. 내가 학부생일 때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지금은 뭐랄까, 진짜 그냥 남이랄까.


그리고 과사가 뭐랄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 된 것 같다랄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닌데. 모르겠다. 그냥 과사 사람들 친절하다는 소문만 안 났으면 좋겠다. 원래 좀 불친절하고 싸가지 없어야지 과사도 덜 들리지.


껄껄, 진담은 아니고 장난도 섞인 말이었다. 우리 조교는 너무 친절해서 아마 소문이 났을 것 같긴 하다. 사실 근로학생이 할 건 없어서 심심할 정도이기도 하고. 대부분 조교가 일을 처리해서 진짜로 할 게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심심하게 일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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