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인스타그램에 어떤 외국인 내게 디엠을 보냈다.
여기요
흠, 뭔가 궁금해지는 문자였다. 그 사람의 프로필을 눌러보자 팔로우는 1000명, 이상한 계정은 아닌 것 같은데 나를 어떻게 찾은 거지? 일단 답장은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그는 또 내게 디엠을 보냈다.
나랑 친구가 될래(영어로)
내가 한국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건지 이번엔 영어로 보냈다. 난 고민하다
놉
이라고 보냈다. 그는 내 문자를 읽고도 답이 없었고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낯선 전화에 당황스럽기도 인스타로 걸려오는 전화라니, 무엇보다 나랑 전화해서 할 게 뭐가 있다고. 말도 안 통할 텐데.
그의 아이디는 아임히얼. 아임히얼의 전화에 난 숨고 싶었다. 난 아임 낫 히얼이고 싶은데.
전화를 받지 않고 무시하자 한 번 더 전화가 왔다. 와... 이 집요한 사람. 나는 전화 걸지 말라는 디엠을 보냈다. 그때라도 빠른 차단을 했어야 했는데.
그는 다시 한번 '친구가 되어줄래?'(영어로)라고 보냈다. 일단 저 사람도 영어권 국가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쏘리라고 보냈고 그는 다시 한 번 '친구가 되어줄래?"라고 보냈다. 친구를 왜 나한테 강요해.
사실 인스타뿐 아닌 브런치에도 그런 댓글이 달릴 때가 있다. 긴 문장을 요약하면 결국 친구가 되어줄래, 친구무새들 많네.
사실 나에게 친구의 벽은 상당히 높다. 일단 나에게 대부분의 사람은 지인 내지 아는 사람이다. 친구는 이 지인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나에겐 좀 까다로운 선이 있다. 나랑 잘 맞을 것, 내가 연락하기 편할 것, 나이가 너무 차이나지 않을 것, 말이 통할 것, 부담되지 않을 것.
나는 친해지기 전까지 고양이같은 성질이 있다. 누군가 갑자기 다가오면 부담되고 내가 간택해야 마음이 편하달까. 근데 간택하긴 좀 그렇고 적당히 성질 안 건들여줄 만큼만 다가와주면 좋겠다. 친해지고 나면 댕댕이처럼 잘 따라다니고 충성을 다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츄르라도 건네주지 않는 이상 낯선 사람을 반기진 않는다. 특히 대학까지 졸업한 나의 경우 서울에서 난 친구라고 할 사람이 거의 없다. 일단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고 전화나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난 아싸의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작년이 유독 그랬다. 학원에서 일할 때는 친구가 없었으니까.
작년엔 진짜 친구를 만난 게 손에 꼽을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사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런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인도에 여행 갔을 때 신기했던 건 자꾸 사람들이 친구를 들먹인다. 언제봤다고 친구야. 아님 프렌드라는 뜻이 영어에선 더 넓은 범위인가. 나에게 친구는 보수적으로 얘기하면 거의 죽마고우가 아닐까.
한가롭게 일기를 쓰는 아침,
다음 주엔 예비군이 있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너무 귀찮다. 예비군에 가서 뭐하라고. 아, 에타에서 또 택시팟 구해야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