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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Oct 31. 2022

오늘은 할로윈

그냥 일기


오늘은 할로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람들이 이상하다. 150여 명의 죽음과 수많은 사람의 부상을 숫자로 본다. 안타깝지 않다니, 애도 강요하지 말라니, 말도 안 되는 글들을 에브리타임에서 봤다. 커뮤니티는 이상하다. 익명 속에 숨은 본성일까.



비단 익명에 숨겨진 게 아님을 알게 됐다. 룸메는 말했다. 별로 안타깝진 않던대.


생각이 다른 걸 받아들일 순 있지만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오왼의 <Cry>를 듣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할로윈을 적자 기분이 안 좋아졌다.



예비군을 하고 왔다. 군복을 입으니 사람이 불량해지는 기분, 이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건들건들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내 군복 입은 모습을 보더니 어떤 형은 말했다. 군생활 어땠을지 알 것 같다고.


칭찬인지 욕인지 쉽게 이해가 안 됐지만 음. 어쨌든 뭐 그랬다고.


돌아오는 길에 아는 후배를 마주쳤다.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는데 그는 빠르게 회피하는 듯했다. 뭐지. 내 군복을 보고 할로윈 코스프레라고 생각한 걸까. 아님 그냥 내가 싫을까. 얼떨결에 인사한 건가. 바쁜 일이 있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당근에 화장품을 살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아주머니가 나와 계신다. 그리고 젊은 남자가 나올 걸 예상 못 했는지 한참을 쳐다본다. 당근에서 아이폰 케이스를 살 때였다. 아주머니는 대뜸 내게 남자가 나올 줄 몰랐다고 했다. 음, 케이스랑 무슨 상관일까 싶어서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여자 거라고 했다. 케이스에 귀여운 푸들이 그려있어서 그런가.



판매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자일 줄 알았다고 했다. 왜?


아저씨의 말에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 뭐가 있는진 모르겠다. 내 '수호'라는 아이디에서? 고양이가 프로필 사진이여서?


그런데 굳이 무슨 젠더로 정의할 필요가 있나.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한다. 요즘의 사회에서, 세상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기 힘들지만 말이다.



군복을 입고 걸어가면서 느꼈다. 아침엔 공사장 인부들이 쳐다봤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아마 귀여워 보였을지, 추억팔이를 했을 거다. 그리고 역 주변에 다다르자 군복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역시 예비군데이.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행사가 연기 혹은 취소됐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검은 리본이 나오기도 했다. 합동분향소가 만들어졌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친지 중에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거에 얼마나 안심했고 내가 이기적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현장에 있었던 친한 형은 무사히 나왔으니까. 그 사실에 안도했다는 거에 있어서 생명의 경중을 나눴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 형의 목숨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게 아닌데, 그럼에도 아는 사람이라서, 친한 사람이라서라는 명분이 너무나 무서웠다.



아마 얼마나 공부하든 감성을 없애지 못할 것 같다. 이성만을 내세우는 건 아마 로봇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태원에 한 번은 가고 싶었고 할로윈도 한 번은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꽃을 하나 준비해서 가야할 것 같다. 우리의 시민의식에 다시 한번 조심과 교육의 필요성을, 문화를 문화로 즐기는 거에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Cry아티스트오왼(Owen)발매일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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