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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02. 2022

어제는 할로윈

그냥 일기

참사가 있고 며칠이 지났다. 분향소엔 수많은 꽃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봤고 SNS 세상으로만 봤다. 도저히 갈 염두가 생기지 않는다.


일기를 쓰는 시점은 11월 1일인데 글은 2일에 올라간다. 내가 착실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10월 31일은 예비군을 갔었다. 돌아오는 길 후배를 마주쳤었고 짧게 인사하고 갔었다.


어제 연극 연습이 끝나고 그 얘기를 잠깐 했었다.

살아 계셔서 다행이였어요.


왜 이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내 입에서 이미 나오고 난 후였다. 너무 솔직한 게 문제인 나라서 혹여나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걱정됐다. 사람이 죽으면 자꾸만 심란해진다. 사실 별거 아니잖아, 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남 얘기라고 치부하면 그것도 맞는 말이니까. 내 지인 중엔 다친 사람이 없는 게 맞긴 한데, 그래도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니까.


미고스의 멤버가 총 맞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미고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서 별 느낌 없었다. 그렇지만 자꾸 누가 죽었다는 얘기가 너무 불편하다.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라고 하던데, 그런 맥락에서 불편함이 아니다. 심적으로 불편하다. 이태원 관련 영상을 접한 밤, 심란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기괴했다. 한쪽에선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그걸 찍고 있는 사람과 주변에 둘러싼 수많은 행인과 시끄러운 음악.


무서웠다. 새벽에 울리는 앰블런스 소리가 불안을 가증시켰다. 예비군에서 형들과도 얘기를 했었다. 난 그동안 문창과에 불신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사실 누구보다 문창과인이었는지 모른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함부로 그들을 '별로 안타깝지 않아'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든 자유다. 하지만 애도 강요니 뭐니로 치부하는 사람들은 감정 결여보다 사회적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자꾸 이런 글이 쓰이는 건 심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걸까. 어제 연극 연습 중 절었다. 대사를 통으로 까먹었다. 당황했다. 집중도 안 되고. 아니나 다를까 자고 일어나니 목이 아팠다. 요새 몸 컨디션이 이상하다. 


밀린 과제가 너무 많다. 이번 주까지 장편소설을 다 읽어야 하고 영화 <곡성>에 대해서도 리포트를 써야 한다. 물론 내가 그동안 쌓아둔 업보다.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도저히 뭔가를 하기 싫을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다. 내 일기에 태반은 '모르겠다'다. 나는 내가 못 배웠다고 생각한다. 가방 끈이 짧다고 말하는 건 누군가에게 기만이 될까 봐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내가 정말 못 배웠고 내가 좋아하는 래퍼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다. 항상 부족하고 못난 게 보이는 나인데, 그렇다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성격은 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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