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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13. 2022

이래서 일기는 제때 올려야 해

그냥 일기

아아. 아래에 다른 글씨체는 전에 쓴 일기다. 11.06일에 말이다. 사실 일기는 아니다. 과외생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바로 앞에서 썼던 글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결말을 그리기 위해 살짝의 거짓말을 첨가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진실이다. 에세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 며칠 사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동아리를 그만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극도 포기했다. 포기했다는 말이 맞을까. 모르겠다.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그냥 댕댕이처럼 살고 싶다. 댕댕이 비하 발언은 아니다. 그냥 맹목적으로 살고 싶다. 


일단 난 친구가 적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실패한 것 같다. 아마도. 동아리를 하면서 친구가 생기질 않았으니까. 어쩌면 내가 자초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아래 일기를 읽을 땐 참고 바란다. 난 사람을 만나면서 회복하는 성격도 아니고 사람을 만나는 걸 즐기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영향은 정말 많이 받는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밝은 사람일수록 나 또한 밝아진다. 


아, 이래서 일기는 그날 바로 올려야 한다. 이게 뭐야. 아까워서 올리는 글이지만, 아이고...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다. 대2병이라고 하든가. 중2병이랑 사춘기는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춘기와 다른 점은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뭐 특별하게 짜증 나고 화가 막 참지 못 하겠는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의욕이 없다. 살아가는 데 의미가 없다. 언제부터 의미를 찾고 불나방처럼 목표를 보면 달려들고 그런 성격도 아니었는데 그냥 언제부턴가 그렇다. 대학 졸업도 내년인데, 분명 옛날에는 이루고 싶었던 것도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는데.

나이만 먹고 있다. 한 숟가락씩 뜨다 보니 스물네 번이나 떴다. 요즘은 숟가락 드는 게 힘이 들 정도인데 11월 달이 와버렸다. 내년이 기대되지 않는다. 남은 올해도 기대되질 않는다. 바라는 건 안녕인데 이미 안녕하다. 

안녕함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 덜 안녕하게 말이다. 연극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발전도 있지만 한번은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거다. 연기에 있어서 부족함을 알자 연극을 보러 다니게 됐다. 사이트를 찾아보니 공짜로 볼 수 있는 게 몇 개 있었다.

연극 연습을 위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었다.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이렇게 등의 공적인 얘기부터 끝나고 뭐 먹지 하는 사적인 얘기까지.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에 유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됐다. 사람은 사람으로 회복하는구나. 회복이라고 말하면 그런가? 사람은 사람으로 나아지는구나.

늦은 사춘기의 고질병은 고립이었다. 사람을 통해 병은 회복한다. 복학생이 되면서 새 친구를 사귀기도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자연스레 나아지는 추세다. 긍정적인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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