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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11. 2022

아슬아슬하게 돌다리 건너기

그냥 일기

머리가 아프다. 상태가 이상하다. 요 며칠 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 보다.

어제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상태가 이상하다. 12시 조금 넘어서 잠에 들려고 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1시 반 정도가 되서야 머리가 어지럽질 않았다. 다음 날 8시에 알람을 맞춰뒀고


무사히 영상도 찍었다. 배터리가 없어서 고생도 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난 것 같다. 친구한테 2시까지 영상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아니 1시 내외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친구한테 미안하다. 경복궁역에 도착했을 땐 설상가상 폰이 꺼졌다. 이상의 집에 가야 하는데 길이 생각나질 않는다. 급한대로 카페를 찾아다녔다. 충전기가 없는 카페가 많았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입맛이 없었다. 안 먹은 건 아니다. 맛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먹는 양의 절반도 안 먹은 느낌이다. 먹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속도 안 좋고. 그 맛있는 치킨이 앞에 있는데, 사실 생각보다 맛있질 않았다. 연거푸 사이다를 마셨고


그것도 한 잔도 안 마셨다. 남은 사이다는 가방에 갖고 왔다. 교수님께서 나한테 다 먹은 거냐고 물었다. 남은 사이다를 보면서. 집에 갔고 가겠다고 했다. 


교수님이 사주신 사이다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오늘은 회식?이 빨리 끝났다. 도착하니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사실 지금 이걸 쓰는 중에도 머리가 띵하다. 


요 며칠 고민하다 어제 동아리 회장에게 얘기했다. 그만하고 싶다고. 


서브웨이에서 펼쳐진 적막이 기억난다. 앞에 후배가 얘기하기까지 우린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식탁엔 샌드위치 씹는 소리만 들렸고


정적을 깬 건 후배의 말이었다. 머리 아프죠? 이런 느낌이었다. 멋쩍게 웃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웃긴 했는데 어떻게 웃었는지. 어떻게 보였고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많은 얘기를 해도 어떤 얘기를 해도 변명이 될 것 같아 말을 삼가야 했는데, 아무 말을 뱉은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돌다리를 두 팔 벌려 건너는 기분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롭다. 아슬아슬하게 돌을 쳐대는 물살. 한 뼘만 더 올라오면 내 신발이 젖을 것 같다. 앞만 보고 걸어야 하는데 자꾸 아래가 신경 쓰인다. 


머리가 아프다. 몸이 왜 이러지. 오늘 영상도 잘 찍었는데. 근데 어떻게 잘 마무리 지었지. 치킨 집에서도 나쁘지 않았는데. 내 생활 연기가 늘었는 건가. 정신력인가. 뭐지. 진짜 모르겠다.


아슬아슬하게 돌다리를 건너는 데 누가 손을 잡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탱이 된다는 건 힘이다. 그런 사람이 최근에 생겼다는 거에 너무나 감사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밥 먹듯 하는 친구인데, 우린 닮았다. 항상 미안함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우리는 착하다. 그래서 만나게 됐을까. 모르겠다. 내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주는 그 친구에게 감사한다. 대신 욕해주고 대신 화내준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일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도 근데 그런 성격이다. 


연기는 항상 재밌지만 너무 어렵다.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독백은 더욱더 모르겠고. 같이 했을 때 재미가 배가 된다. 그래도 몇 번 호흡을 맞췄던 분이라 그런지 촬영이 잘 된 것 같다. 오디션에 붙을지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 난 후회하지 않을 짓을 한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이제 과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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