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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19. 2022

영화 <동감> 후기

스포주의

며칠 아팠다.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 자연스럽게 브런치에도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 밀린 일기를 세니 어이쿠,


방에서 가만히 있기만은 좀 그래서, 나갔다. 당근에서 영화 <동감> 티켓을 싸게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상봉 메가박스 표였는데 팝콘도 줬다. 좋은 이벤트다. 카라멜인줄 알고 허니버터 팝콘을 골랐는데 다른 거였다. 난 그게 왜 카라멜인 줄 알았지. 어쨌든 천 원 더 추가하니 팝콘 종류도 바꿀 수 있었다. 허니버터 팝콘은 좀 짜서 별로였다.


잡소리는 그만하고 후기니까 후기를 써야지. 후기를 어떻게 쓸까 했는데 거창한 제목부터 지어야지


오이디푸스로 바라본 영화 <동감>


뭔가 그럴 듯하지 않는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도 있다. 되게 뭐랄까. 오이디푸스가 받아들인 예언처럼 김용(여진구 배우)은 그것을 부정하다 받아들인다. 아니, 오이디푸스보단 오셀로가 좋을까. 오셀로가 받아들인 마녀의 예언처럼 말이다. 오셀로 맞나. 맥베스인가. 그 어쨌든 마녀가 장군한테 예언 남기는 건데.


지금부턴 스포주의다. 솔직하게 영화에 대해서 평점은 좋지 않다. 난 솔직히 그 정도일까 싶었다. 물론 원작을 안 봤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사실 이 영화 보조출연을 갔다 온 적이 있다. 거기서 플리키뱅을 닮은 보조출연자를 봤었는데 영화에서 생각보다 시강이었다. 그때도 춤이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떡잎부터 다른 갱갱갱


크흠. 진짜 스포주의다.


김용은 설화(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 난다)를 좋아한다. 신입생인 설화와 김용은 이어진다. 하지만 김무늬(조이현 배우)의 얘기에 금이 간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설화와 김용의 친구인 김은수였던 거다. 김용은 부정하지만 계속해서 의심한다. 은수와 같이 있는 설화를 의심하고 미워하고 부정하다 주먹다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김은수는 학생회장으로서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일관되게 멋있는 태도를 보인다. 주먹에 맞았는데도 설화에게 (김용) 그런 애 아니니까 실망하지 말라고 하는 인물이다. 


김용의 의심이 극에 다했을 땐 나레이션이 나온다.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아마 비슷하게 기억한다). 오이디푸스는 예언을 부정했었다. 아니, 정확히 그 예언을 몰랐다.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죽인 자식이자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해 자식을 낳은 아들이 자기일 줄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눈을 뽑아버린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오이디푸스보단 오셀로가 낫겠다. 아, 오셀로가 아니라 맥베스다. 멕베스 장군에게 마녀는 예언한다. 왕이 될 거라는 그 말에 맥베스는 홀린 듯 바뀌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말에는 힘이 있다. 미래가 예견된 말은 웃어넘기기 힘들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보는 사주에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사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이 무늬에게 들은 이야기는 예언 그 이상이었다. 미래였으니까. 자신은 그 사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건 자신의 생각이었다. 끝끝내 의심하다 미친다. 


영화관에서 그 장면을 본다면 누구라도 나처럼 맥베스를 떠올리게 될 거다. 사실 그 자체(감정선)를 너무 잘 표현했다. 거북이가 탈주해 은수와 설화의 손에 쥐어졌고 둘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김용의 모습이 클로즈업 됐을 땐


어우, 야 미쳤다.


여진구 배우의 연기력은 진짜 미쳤다. 강원대학교에서 저걸 찍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올 여름이었다.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맨투맨에 레이어드까지 하셨던데. 슛 끝나면 바로 매니저처럼 보이는 사람이 손선풍기 들고 나오고. 그걸 떠나서 잘생기셨다. 연기력은 더 미쳤고. 그걸로 난 이 영화의 보여주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다만 평가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해보면, 개연성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 사실 이 영화가 코미디인줄 알았다. 그렇기에 학생회관에서 갑자기 차가 나오고 거북이가 탈주해 먼 거리를 떠나고 햄이 연결되는 등의 개연성은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근데 판타지에도 개연성은 딱히 필요 없지 않나.


경비원의 존재? 공중전화박스? 무엇이 관객들의 현실성을 깨뜨린 걸까. 21학번의 학생이 2시간 동안 비 맞고 서 있어서 그런가. 근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여진구 배우의 20년 뒤 모습은 수염이라도 좀 그려주시지. 20년 지나도 너무 동안 아닌가 싶긴 했다. 같은 날 촬영이라 해도 믿을 듯.


마지막에 좀 짜깁기 느낌도 없지 않다. 멜로라고 멜로를 넣은 느낌? 사실 막 첫사랑, 설렘 이런 키워드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이긴 하다. 예고편만 봤을 땐 다른 영화라고 해도 생각 들 정도니까. 근데 난 이런 영화가 더 좋긴 하다. 첫사랑의 간질간질함, 설렘 이런 것보단 이런 감정선(의심에서 확신으로)이 너무 좋았다. 삽입곡도 인상 깊었고. 


영화 초반에 밴드가 나오는데 그분들 실제 밴드다. 되게 열정적으로 했던 게 기억난다. 영화를 보면서 뭔가 마녀의 예언을 파멸해버린 맥베스를 가지고 비평하고 싶다는 생각이 꾸준히 들었다.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근데 쓰다 보니까 너무 문창과스러워졌다. 나도 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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