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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22. 2022

요즘은

그냥 일기

요즘은 안녕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안녕하다. 어제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고 내일도 아마 그럴 거다. 저번 주 금요일 강의에선 교수님이 물었다. 평범함이란 뭘까. 그렇게 각자의 평범함을 이야기 했다. 평범함.


교수님은 자긴 과제를 심하게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박완서의 <나목>을 다음 주까지 읽어오는 게 과제였다. 일주일 동안 360페이지 근처의 장편소설을 읽으라니. 저번엔 김연수의 <꾿바이 이상>을 읽으라고 하더니. 너무한다. 심지어 내 취향 너무 아닌 탓에 읽히지도 않는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대충 10개가 안 달리는 좋아요가 보인다. 어떤 양인지 모르겠다. 적은 건지 많은 건지도 모르겠고 대충 그렇다. 읽어주는 사람이 10명 정도나 있다는 게 낯부끄럽기도 하고 내 일기에 뭐가 재밌지도 않은데


사람을 의식하는 순간 일기는 그때부터 가치를 잃는 것 같다. 의식 안 하고 쓰는 건 불가능한 게 인터넷 일기일 거고 그것은 분명 단점일 거다. 하지만 굳이 너무 진솔해야 해서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언급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해가 될 문장을 쓸 필요도 없다.


동아리를 나올 때 가장 강하게 받은 느낌이 있었다. 나와도 안 나와도 난 혼자였다. 계속 이곳에 있어서 마지막 공연까지 올렸더라도 난 혼자였을 거다. 상상했었다. 다른 배우들이 꽃을 받는데 나한텐 아무도 주지 않는. 다들 끝나고 신난 분위기와 각자의 손에 달린 꽃다발, 웅성거리는 회식 장면. 그속에 난 멀뚱멀뚱 안주만 먹으면서 티브이를 쳐다보다 


혼자서 기숙사까지 걸어가겠지. 수업이 끝나고 학생회관을 갔다 선배를 마주쳤다. 여전히 텐션이 높은 분이었다. 나는 먼저 인사를 했었다. 난 소심하지만 그래도 선배를 보면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신입생 땐 깎듯했고. 아무래도 그런 선후배 문화가 나한텐 익숙했던 걸까. 동아리를 하면서 아무도 내게 인사를 먼저 건네오지 않았다. 내가 제일 선배였는데.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잘못된 거다. 하지만 나한테 오지 않는 인사만큼이나 담이 쌓이는 건 사실이었다. 연기할 때도 혼자였고 동아리에서도 혼자였고 나에게 뱉어지는 모진 말에도 아무도 제지할 생각은 없었다. 


아마 나의 이런 부정적 결론에 다한 것은 순전히 내가 INFP이기 때문일 거다. 비행기보다 빠르다는 부정적 결말 이르기. 그렇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 자체에 대해선 부정할 수가 없다. 에이, 선배 언제 그랬어요. 저희 그런 분위기 아닌데. 그러면 내가 할 말은 없어지지만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각자 다른 거 아니겠는가. 고학번을 위한 동아리는 없을까. 내 동기는 동아리 회장이 됐다. 그 동아리는 게임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등의 소위 오타쿠를 위한 동아리였다. 고학번 동아리였다. 신입생이 한 명이었으니까. 나도 껴줘, 하고 싶기도 했다. 영화도 다룬다고 해서 재밌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입이 떼지질 않았다. 교수님 주도 하에 만들어진 동아리기에, 선택받지 못한 나는 입장권이 없는 듯 보였으니까.


안녕하다고 일기를 써넣고 끝은 또 우울하다. 요즘 글을 보면서 느낀 건 우울하다는 말을 쉽게 뱉는 거였다. 우울하다는 건 너무나 추상적이여서 주인기표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런 감성을 대체할 말은 없는 것 같다. 


탈문창을 오래 꿈꿨다. 하지만 내가 잘할 자신이 있는 건 문창과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기란 너무나 나와 맞지 않았지만 글만큼은 어울리기 쉬웠다. 그러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찐친이 되었고.


요즘은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 내 친구 편성은 18년도에 머물러 있다는 걸 강하게 받는다. 누군가와 알게되고 인사는 해도 친구라고 말하긴 애매한 사이만 늘어났다. 동아리 탈주범인 나에겐 동아리원이라는 친구 목록이 리셋되다 못해 그들에겐 블랙리스트가 됐을지도 모른다. 


일기가 길면 아무도 안 읽으니까, 아무도 안 읽었으면 한다. 뭔가 얻어갈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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