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이번 주까지 졸작을 전시한다. 졸업작품은 책이다. 정말 시중에 파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인 책도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잘 담긴 작품이 전시된다.
금요일 저녁 시간, 시간을 잘못 골랐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너무 많은 선배가 보였다.
내가 성격일 둥글지 못한 탓에,,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난 겁이 너무 많았다. 좋은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그렇게 난 책인감 없이 학생회도 그만뒀고 올해엔 동아리까지 그만뒀다. 심지어 난 자퇴가 진지하게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학생회비를 환불받을 때 회장이 이유를 묻길래, 자퇴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여기까진 괜찮다. 안 친하면 인사 안 하면 되고 뭐, 좀 어색하게 한 공간 있다 오면 되니까. 근데 선배랑 인사 중 악수를 했다. 되게 별거 아니긴 한데, 신경 쓰인다. 선배가 손을 내미는 것 같아서 나도 손을 내밀었는데 아니었던 거다. 내 머쓱한 손을 보고 손을 내밀었던 선배, 이거 어떻게 하나 해서 그냥 손을 붙잡았다. 근데 악수할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서 신경이 쓰인다. 적고 나니까 나 진짜 소심하네,,
날 기억해주는 선배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본 동기가 반갑기도 하고 뭔가 머쓱하기도 하고
다들 졸업 작품 이렇게 잘 만들어 놓으니까 괜히 위축되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다. 인사는 뭐 어찌저찌 했는데 나갈 때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조용히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꿀꿀했다. 추운 날씨가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이 기분을 어떻게 형용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가까웠던 것 같다.
몇 명 졸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아는 사람이면 최대한 방명록도 남겼고. 사실 이러면서 계속 갈등이 생겼다. 내가 써도 되나, 내가 글을 쓰는 게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면 어쩌지.
아, 오늘 일기는 진짜 소심좌 수준이 아니라 한심한 수준인 거 같다. 나 왜 이러지.
아마 나중에 제일 먼저 삭제할 글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