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당근 거래를 위해 돌아가는 길이었다. 물건을 가지고 마트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옆에 어떤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 듯보였다. 자전거 손잡이 부분에 큰 장갑이 있었다. 배달 기사들한테서 많이 본.. 아저씨의 짬바가 느껴지는 그런 포스였다. 감을 산 아저씨는 주섬주섬 봉투에서 꺼내는 중이었다. 그때 감 하나가 떨어져서 인도를 굴러가고 있었다. 보도브록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가던 감을
나는 잡았다. 정확히는 발로 한 번 제어하고 손으로 줏었다. 경사가 있던 곳이라 감이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왔다. 아저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아저씨는 붉은 빛을 띄는 봉투에서 감을 다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사실 넣기 전에 자전거가 잠깐 쓰러지고.. 세우는 동안 뒤에 차가 크락셀을 빵빵, 울리고
난 당근 구매자를 기다리고
아저씨의 검정? 회색 빛 같기도 한 패딩 주머니에 감이 하나씩 들어갔다. 저 주머니에 감은 왜인지 불안해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전거에 오르자 감이 떨어졌다. 나는 입이 떼지질 않았다. 어, 까진 나왔던 거 같은데 그대로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하필 맞은 편으로 바로 가다니. 감이 구르다 그 자리에 멈췄다.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뒤에 사람이 다가왔다. 한 남자는 감을 뚫어져라 보았지만 감을 피하면서 걸었고
뒤에 한 남자와 여자는 감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러다 한 여자가
어, 감이다
외치면서 감을 줏었고 남자를 보며 좋아했다. 남자도 웃었다.
만약 내가 저 감을 줏었다면 혹은 빠르게 줏어 아저씨를 돌려줬다면 보지 못했을 광경이었다. 내가 줏었다면 집에서 혼자 과도로 깎아 먹었겠지. 아마 저 아주머니도 집에서 먹었을까. 그건 알 방법이 없긴 한데
그런 풍경이 재밌어 보였던
삼거리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