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Feb 18. 2023

귀여운 게 좋다고?

그냥 일기

귀여운 건 언제나 옳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 글이 좋다니 말이 안 된다. 아니, 사실 잘 쓰는 건 알고 있는데 호불호가 분명하다고 느꼈다. 내 글은 극과 극을 돌아다녀서 어디에도 안정적이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사실 글 잘 쓴다는 말은 실감이 안 났다. 잘 쓴다라, 잘 쓰는 기준이 뭐지. 그런 생각은 의심을 품게 만들었고 의심은 곧 폭죽처럼 하늘로 높이높이 올라갔다. 펑, 터지면 시원하기라도 하는데 불발. 파란 하늘 끝까지 올라가지도 못한 채, 어떠한 불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그대로 낙하하는 폭죽. 



이런 묘사는 호불호를 낳았다. 어디까지 낳을까 했는데 토끼처럼 끊임없이 퍼졌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사실 별 생각이 없다. 그냥 도서관에서 일기를 쓰는 중인데 뒤에 자꾸 중얼거리면서 회전초밥처럼 도는 남자가 거슬릴 뿐이다. 왜 학교 와이파이로는 토스 주식에 들어갈 수 없는 걸까. 오늘은 졸업식이구나. 졸업하면 어떤 기분일까. 축하받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은 일이라



꽃을 생각했다. 꽃은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선물이었는데 막상 받으니까 기분이 좋았었다. 꽃을 뒤집어서 말리면 뭐 오래간다길래 기숙사에서 그렇게 말려본 적 있었다. 꽃을 받으면 뭔가 축하할 일이 생긴 것 같다. 축하할 일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이고 그런 일은 웃음과 미소가 잘 어울린다. 그런 미소와 웃음을 가진 채 꽃을 가진 사람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행복이 눈에 선하다. 그런 풍경이 보기 좋았다.



갑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신발 가죽 부분이 헐어 발에 닿는 게 아팠는데, 수선집에선 구두방에 가라고 했다. 구두방에 가자 갑보라고 했다. 가죽을 덧대는 거라고 했고 2.5라는 가격은 썩 놀라웠다. 사실 오래 신지 않은 신발인데, 내가 신발을 꺾어 신는 것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그런 경향이 있다. 그 탓에 가죽이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척이나 슬펐다. 꺾어 신는 게 아니고 처음에 발이 안 들어간 상태로 일단 밖을 나와서 신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억울함은 의자 같아서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다. 그냥 묵묵히 있을 뿐. 그러다 누가 앉으면 억울함은 가려진다. 앉을 건 행복이나 그런 거면 좋은데



도서관 로비는 생각보다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회전초밥처럼 돌면서 중얼거리는 남자가 있었을 거고 학사모와 학사의를 입은 졸업생들이 있었을 거다. 자료실(책 빌리는 곳)에서만 조용하면 되는 거였나. 하긴 여기서 나도 글을 쓴다는 건 시끄러움에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니까.



어쨌든 신발을 수선해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내 아이폰 뒷면 수리도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돈 나가는 일은 너무나 많았고



통장은 점점 가벼워지는데 이게 맞을까. 다음 주면 개강을 하고 오늘은 아무런 일도 없어서 잉여롭게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당근 거래를 그래서 두 개나 잡았는데 눈이 내렸다. 오늘은 어제보다 추운 날이고



자취방은 건조하지 않은데 내 몸은 건조하다. 이소티논 때문이겠지. 방에서 빨래를 말려도 마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난방 때문에 마음 놓고 창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 내 가스비는 내가 지켜야지.



사실 이 세입자 문제로 머리가 아팠던 게 바로 어제다. 아무리 작은 계약이라도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어쨌든 잘 마무리 되서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미운 오리 새끼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