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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Feb 27. 2023

미래의 여자친구는 보지 마시오

그냥 일기

포뇨와의 만남은 드라마 같았다. 소나기가 멈추지 않았다. 집에 가려는데 비가 내리고 우산도 없다면 선택지는 하릴없다.

구리역에서 포뇨와 첫 만남을 가졌다. 파스타를 먹고 카페를 갔다. 순조로워 보이는 코스지만 밥을 먹을 때 나는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마스크를 벗은 포뇨를 보고 난 잔뜩 실망했다. 너무나도 어려보였기 때문이다. 소개팅이 궁금해서 나온 학생 같았다. 순수한 아이한테 과자 사준다고 말하는 나쁜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카페에 가서도 별생각이 없었다. 뭔가 집에 가야 할 빌미가 필요했다. 밖엔 소나기가 내렸다. 2층 창문으로 바라본 바깥은 게임 속처럼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었다. 비가 그치자 우린 헤어졌다.

어쩌다 우린 만났다. 어쩌다, 라고 말하긴 애매한데 그 애매한 걸 적기엔 글이 너무 애매하다. 시간이 지나고 포뇨에게 물었다. 나 첫인상 어땠어? 묻자 싸가지 없던데, 반문이 왔다. 싫은 티를 그만큼 내는 사람 처음 봤다고. 내가 좀 많이 내긴 했나, 했는데 그땐 확실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랑 왜 만났어? 물었다. 오빠가 또 보자며, 오는 대답에서 할 말이 없어졌다. 기억이 나질 않았으니까. 내가? 하고 입 밖으로 ‘ㄴ’ 초성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 참았다.

나는 포뇨를 애기라고 불렀다. 자기야, 허니 같은 달콤한 별명이 아니다. 애새끼의 줄임말이었다. 어느 순간 포뇨도 눈치챘다. 비하 발언 멈추라고 했었다. 나는 반문했다.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달달한 커플이겠냐고, 돌아오는 건 주먹이었다.

우리는 300일이 안 되게 만났었는데 금속조형디자인과였던 포뇨는 직접 커플링을 준비했다. 아마 완성된 거로 아는데 손가락에 끼어지기 전에 헤어졌다. 왜 헤어졌나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 성격 차이라고 말했다. 붙잡지 않았냐고 묻길래 붙잡았다고 했다. 내 연락에 포뇨는 대화하고 싶다고 했지만, 더는 답장이 오질 않았다.

포뇨는 나한테 여자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아니, 여자를 모르는 게 아니라 눈치가 너무 없다고. 아마 평생 가도록 잘 모를 것 같다. 


이것도 언제 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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