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나와 닮은 사람을 보았다. 아니 성별만 바뀐 나였다. 취향도 성향도 너무나 비슷해서 얘기할수록 신기했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니.
엑스트라로 촬영을 갔다. 3시에 모여서 6시에 끝나는 일정이었고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빠른 퇴근의 즐거움에 취해 그대로 촬영장을 떠났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인스타 맞팔이라도 할 걸.
그녀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인지 사람에 대한 호감인진 잘 모르겠다. 술집 손님으로 우리는 소주잔에 사이다를 채운 채 짠을 했고 술에 약한 나도 술 마시는 느낌을 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시는 건 사이다인데 이상하게 자꾸 소주를 마시는 느낌이 났다.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같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에세이라니> 얘기를 꺼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난다. 예쁜 건 반칙이다. 기분 나쁘다. 나 원래 다른 사람에게 관심 잘 안 주는데 말이다.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날 거로 생각한다. 그전에 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신도 운명도 믿진 않지만 인연은 믿는다. 전생에 부부였던 사람에겐 서로의 손가락에 붉은 실이 이어졌다는 것도 진짜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인연이란 무서운 거라 언제 어디서 발현될지 모른다. 그런데 그걸 떠나서 배우 판이 좁아서 다시 만날 날이 올 것 같다. 안 되면 <너의 결혼식>처럼 무작정 외대 앞에 가서 서성거려야지.
근데 이게 언제 썼던 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