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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Mar 12. 2023

다시 만날 나

그냥 일기

금요일 강의가 끝나자마자 수원으로 향했다. 신분당선을 타고 광교중앙역까지. 가는 가는 길은 한 시간 반이지만 사람들의 숫자는 가히 샐 수 없었다.


난 아직다 새다와 세다가 헷갈린다. 맞춤법은 솔직히 너무 에바다. 고장 난 장난감이라고 할 때는 고장 난이면서 고장나다라는 동사는 왜 있는 건데, 어이가..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금요일 아침 머리를 깎았다. 10시에 예약이니 9:30에 가야지, 했다가 택시를 탔다. 45분에 탔나, 그랬는데 노원역까지 15분만에 갔다. 역시 택시. 근데 7800원? 아니, 와. 진짜 에바다. 아침에 돌린 빨래만 아니었어도 문제가 없었다. 58분 걸린다는 세탁기는 1:10분이 소요됐다. 세탁기도 밀당을 하네.


주식에 500을 썼다. 그래서 현재 수중에 돈이 부족하다. 택시비에 바들바들 손을 떨었다. 사실 공주한테 더치페이하자고 목끝까지 올라왔다가 내뱉진 못했다. 샤브샤브에 쓰인 삼만 원이 아깝고 그런 게 아닌데, 모르겠다. 나 몰래 계산하고 있는 공주를 보곤 나도 모르게 내 카드를 내밀었다. 이건 설마 고단수..? ㅋㅋㅋㅋ


모르겠다. 전세로 이사한지 일주일도 안 된 탓일까. 돈이 너무 많이 나간다. 초반 생활비가 너무 많이 깨진다. 돈에 흔들리는 내가 너무 싫다. 돈에 신경쓰지 않는 삶이 얼마나 좋을까. 화이트데이인 다음 주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공주는 나한테 초콜릭 상자를 줬는데 


아무것도 안 주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거에 무슨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냥 여기에 끄적인다. 사실 공주한테 브런치와 내 블로그를 안 알려준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다. 알면 기분 나쁠지 모르니까.. 아님 속상하거나.. 뭐가 됐든 연인 사이에도 숨길 게 필요하고 할 얘기와 못할 얘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엔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었다. 전 세입자가 두고간 택배를 찾으러 오겠다는 거였다.

안에 넣었어요?

네 근데 저 내일 들어가는데

집 비번 알려주세요

아하 네. 0000이고 신발장 안에 넣어뒀어요


생각하니 기분이 그랬다. 택배가 큰 것도 아니고 자기가 놓고 간 걸 내가 맡아준 건데 당일 통보라니. 사실 미리 연락만 줬어도 우편함에 넣어두면 된다. 빈집에 전 세입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니. 뭘 손 대진 않겠지만 기분이 그랬다. 자신의 부주의인 것도 있지만 택배 부쳐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냥 미리 연락만 했어도 내가 우편함에 넣어두면 서로 좋지 않는가. 심지어 내 연락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집주인의 전화에 나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돌이켜보니 별로였다. 집에 돌아가면 난 비번부터 바꿔야하는 거 아니겠는가. 솔직히 전 세입자 집 쓴 상태는 좀 심했다. 물론 집이 심했던 것도 맞지만. 


어쩌다 무인 택배함이 됐다. 일주일 정도 보관했나. 내가 이사온 날에 왔던 택배니 뭐. 안심택배함도 이틀 지나면 연체인데. 


집에 존재하는 하자를 하나씩 고치는데 아직 다 고치진 못했다. 오래된 집이라 손이 많이 간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이라 목이 아프다. 후.. 사실 지금도 목이 아프다. 날씨가 온도만 좋으면 뭐할까..


푸념만 늘어놨다. 줄어드는 통장 액수와 비례해서 스트레스는 급등한다. 미세먼지의 농도에 반비례해서 체력이 뺏기는 듯도 하고.

카페에 와서 5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카페한테 민폐가 아닐까. 그래서 최대한 넓은 카페를 찾아갔다. 사실 그렇게 넓진 않은 것 같다. 여기 너무 공기가 탁하다. 가스레인지를 켜둔 느낌이다. 물론 요리한다고 진짜 켜뒀을 것 같긴 한데.


수능특강을 공부하고 뭐, 뭐 하다보면 금방이겠지 싶었지만 5시간은 생각보다 어려운 시간이다. 이어폰이라도 있으면 영화라도 볼 텐데. 아 그냥 자고 싶기도 하고. 낮에는 22도인데 내일은 영하로 떨어진다니. 이건 무슨 장난인가. 인생은 이렇게 좀 재밌게 살아야 하는데.


부푼 마음을 가지진 못하고 그렇게 금요일에서 일요일이 훌쩍 지났다. 일요일인 오늘은 비가 온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미세먼지가 좀 씻겨갈까 싶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친한 형이 키보드를 보내줬다. 집들이 선물이었다. 난 됐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키보드(블루투스는 안 되지만)도 큰형이 준 거고 잘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계에 별 관심이 없기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른다. 컴공 형은 고집하여 키보드를 보내줬고


그 키보드로 처음 글을 써본다. 타자감이 좋은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피시방에 있는 키보드 같기도 한데, 사실 검색해보니 엄청 비쌌다. 선물 받은 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감사하다며 써야지. 큰형아가 준 키보드는 어쩌지. 


참.. 이걸로 건필이라도 하라는 걸까. 그렇다면 해야지. 선물에 언제나 감사하지만 내 태생이 실용을 찾는다. 요즘은 내가  INFP가 아닌 T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놈의  MBTI.. 이젠 유행(?)도 지난 느낌이던데. 


거창하게 지은 제목에 비해 너무 별 볼일 없는 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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