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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19. 2023

넌 그냥 말하지 마

그냥 일기

조별과제는 언제나 고되다. 개인적으로 조별과제가 시발점이 되서 친한 친구와 멀어졌던 경험도 있다. 근래에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건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고집이 있는 사람이 싫다. 조별과제는 다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데, 다른 방향을 선호하니까. 근데 문제는 고집 있는 사람이 잘 모른다는 거. 잘 모르는데 고집은 세다. 할 말은 하는데 그 할 말을 할 땐 제발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내가 의견을 말할 땐 반박하다가 교수가 내 의견에 동조하니까 고개를 숙였던 친구.

사실 친한 친구라서 더 그렇다.

써봤자 뒷담이고 욕밖에 안 되는 건 아는데 요새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다. 현장 경험도 없으면서 영화를 뭘 안다고 그러는 거지.


에구.. 사실 저번 병원 광고랑도 이어진다. 내가 광고 찍었다고 얘기하자 그 친구는

그거 진짜 세브란스 맞냐고 물었다.

그 말은 오해를 품기 좋았다.


학교 조별 과제로 영화를 만들 줄이야. 사실 처음부터 같은 조를 피하고 싶었다. 아는 사람과 겹치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어쩌다 걔랑 같은 조가 됐다. 조별이 랜덤이라 할 말이 없었고


광고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수많은 스태프. 유명한 배우. 그곳에서 난 한없이 부족했으니까.


상업은 무섭다. 그냥 정말 말 그대로다. 난 어쩌면 큰 물로 나아가질 못하는 민물고기일지 모르겠다. 서른 명 넘는 스태프의 눈이 무섭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 내지 두려움이 생긴다. 


프로의 세계에 살아남기엔 난 너무 어설픈 아마추어였던 것 같다.

사실 학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결국 학생은 아무리 많은 작품을 찍어도 학생이었고 

학생 작품이었으니까


왜 상업에선 상업 경력만 인정해주는지 현장을 한 번만 가봐도 알게 될 거다


연기가 재밌는데

난 그 벽을 깨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 친구한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의 내면에 담긴 옹졸함일지 모르겠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밖에다가도 못하고 그러니까.. 친구한테 할려고 했던 거 아닐까

근데 사실 입밖으론 못 꺼내겠다. 졸작 만들고 싶다며? 그 졸작이 졸업작품이 아니라 다른 의미의 졸작이냐?

토 달지마. 모르면 얘기하지마. 알고 말해.


이 모든 말들이 결국 내가 나한테 하고 싶었던 혹은 내가 들어서 쌓였던 그런 모든 부정적인 총체였던 거 같다. 현장에서 들었던 여러 말들이 떠오른다.


눈치본 적 없어요?

눈치보는 연기가 어렵나.


하. 됐어요. 다음 씬으로 넘어갑시다.


그런 말을 이겨내야 하는데 난 아직 여린 몸인가 보다.

그냥 나는 좋은 어른은 못 될 것 같다. 나이는 20대 중반인데

언제쯤 내가 생각한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난 기다린 만큼

더 기다릴 수 있지만


검정치마의 가사가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난 한번도 갑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을로 살았던 탓인지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연락을 바라는 입장이었고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선택권은 언제나 나에게 없었다


웹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컨택 과정 중

감독은 잠수를 선택했다 약 2주가 지났고

저희랑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라는 상투적인 말도 듣지 못한 채 그렇게 기회가 사라졌다


웹드라마 감독이 나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는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였는데


시놉시스를 교수에게 피드백 받았다.

교수가 말했다.

이거 재미 없는데 누가 읽어?


오늘은 뭔가 우울한 글을 적게된 것만 같아 읽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노파심에 한번 더 사과한다

감정쓰레기통을 굳이 열지 않았으면 하는데

내심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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