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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16. 2023

끄적끄적

그냥 일기

강의를 듣다 끄적였다. 혜윰 강의였는데 꽤나 강의가 재밌었다.


닭에서 치킨이 되기까지의 구성은 컨텍스트를 배제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린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걸지도 모른다. 이미 녹아버리고 있는 빙하처럼 말이다. 사실 고기를 먹지 말자, 이게 아닌 기업의 독점이 문제가 된다는 걸 다시금 인식했다.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었을 땐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가축 사육의 문제점만 보았다. 하지만 위 영상을 보고 이것은 기업의 문제점인 걸 알게 됐다. 모든 기업은 돈을 뽑아내는 기계라는 경영학과 교수의 말이 기억난다. 농수산물의 가격은 물가 대비 가격이 싸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농민들은 몇십 년째 물가에 비례해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 값싼 중국산 농작물이 들어온다는 게 대한민국 농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를 비롯한 평범한 학생들은 공감도 이해도 못 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윤을 위해선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국내산 고춧가루를 쓰면서 김치를 만드는 것보단 중국산 김치를 사는 게 더 싼 일일 테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그 생각의 끝엔 오늘 저녁이었는데, 치킨이 생각났다. 내가 밉다.      


그래서 위와 같이 끄적였다. 뭐 특별한 건 아니고.. 

영상 중에 세월호 참사 사진이 있었다. 부둣가처럼 보이는 곳에 간이 제사상이었다. 피자가 있고 치킨이 있는


요즘 제사 

    

치킨을 샀다 피자도 사고 콜라와 사이다도 샀다 간이 테이블을 펼쳐두고 그 위에 하나씩 음식들을 나열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포카칩과 홈런볼도 일회용 접시에 올려뒀다 부둣가라 바람이 강했다 자꾸만 불어오는 바람에 음식이 식었다 눅눅해진 치킨은 맛이 없어 보였고     


술잔을 따를까 고민하다 콜라를 따랐다 제로 콜라도 한번 먹어볼래, 물었지만 파도 말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절을 하다 주저앉았다 바람에 묻혀서 어떤 울음도 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고     


어떤 불도 꺼뜨릴 법한 바람 따라 흐릿한 날씨

이젠 너도 집밥을 그리워할 것 같은데     


바다 어디를 헤엄치고 있을 너를 상상하며 


그런 사진을 보자 먹먹해졌다. 참사가 있고 약 10일 정도 지났을 때 사진이라고 했다. 유가족의 부모는 체념한 상태고 바다 앞에 그렇게 간이 제사를 지낸 것이다. 그 아이가 좋아했다는 음식을 놓고.


의식적인 시라는 말이 있는진 모르겠다. 오왼의 <포엠4>는 컨시어스? 랩이라고 했는데 시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아마 초고에서 더 퇴고하진 않을 것 같다.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지 모르니까.


영상은 사실 참사와 관련 없었고 치킨과도 막 연관이 있진 않았다. 치킨을 통해 사회학적으로 사회와 발전을 바라본 거니까. 지금의 우리가 치킨을 보편적으로 또 쉽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흥미로웠다. 


날이 날인지라 뭔가 울적하다. 사진을 보면서 먹먹했고 시를 쓰면서도 먹먹할 줄은 몰랐다. 지금 다시 보니 정말 초고(누군가 말했다 초고는 버리는 거라고)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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