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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우 변호사 Dec 25. 2023

많이 속상하시지요?

이성우 변호사의 법정 스케치

나는 법정에서 매우 냉철한 편이고 감정에 휘들리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올해 조정위원님의 한 마디에 속으로 울컥한 적이 있었다. 


내가 피고 대리인이었고 자칫 잘 못 대응하다가는 형사문제도 될 수 있기에 

의뢰인과 협의해서 조정회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다행히 조정회부는 되었지만 

회부되자마자 상대방 대리인은 일정금액 이상이 아니면 조정의 의미가 없다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금액을 수용할지만을 금액을 제시하라고 압박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원고와 대리인 본인은 조정 절차에 나갈 수 없다고 전해 왔다. 

하지만 일단 불리한 입장이었기에 조정절차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설득을 하였고 

여차여차해서 조정기일이 열렸다. 


조정기일이 열리기 전에 우리의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10장 이상 도표와 그래프 등을 삽입하여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윽고 조정기일이 열리자 

원고는 우리 답변서에 대해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시 일정 금액을 수용할 것인지만을 고수하였다. 아무리 유리한 입장이지만 원고 측의 조정 내지 변론 태도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정인데... 속에서 천불이 올라 왔다. 

통상 조정은 다 같이 조정 의견을 조율하기도 하지만 통상 일방을 나가 있게 하고 타방 대리인만과의 의견 교환을 교대로 하는 절차는 거치는 경우가 많고 

그 때에도 동일하게 원고 측이 나가 있는 상태에서 조정실에 있게 되었는데, 

조정위원이 나에게 

'많이 속상하시죠. 서면도 이렇게 열심히 작성하셨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왁칵 쏟아질뻔 했다. 

내가 다른 이유로 당시 힘들어서 감정이 올라왔는지 모르겠지만 조정위원의 위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참으로 위로가 된 것 같다. 


그 이후 결국 해당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조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위 사건을 겪고 내가 사건에 유리한 고지에 있더라도 너무 상대방은 몰아 붙이거나, 기고만장한 태도로 상대방이나 사건을 대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역시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그 이후 의뢰인 분들에게도 상담차 찾아오는분들도, 사건을 진행한 분에게도, 사건을 마무리한 분들에게도 


 '참으로 속상하시겠습니다.' '고생이 많으시지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로 말을 통해 의뢰인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나도 노력한다. 위와 같은 말 한마디가 신기하게 의뢰인들과 더욱더 잘 대화를 이끌어 가게 하는 것 같다. 


그 감정에 '함께' 하면 조금이라도 그의 짐을 덜고, 사실 나도 업무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가 항상 연말이 되면 공유하는(혹은 밀고 있는) 노래다. 

다른 커버 노래도 있지만 박광현과 김건모의 오리지널을 이길 수 없다. 

내년에는 다들 '함께'하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SexafgbJL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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