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세계_1화.

이성을 밝힌다는 것은 무엇일까?

by 배운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허구의 글로, 실제 인물 및 사실과는 무관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특별히 이성을 밝힌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내게는 ‘N’이 그러한 사람이었는데, 본인도 그것을 꽤나 인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기질 때문에 여러 번 곤란한 경우를 겪었으면서도 그것을 고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녀는 특유의 그 ‘밝힘 증’에 대해서 나름의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주변에 이성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렇게 솔직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성에 대한 그녀의 태도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그녀의 외모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처음 이성을 만날 때에 외모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녀는 아주 아름답지는 않지만 꽤나 귀엽고 예쁜 편에 속한다. 사람마다 평가는 좀 엇갈릴 수 있지만, (최근에는 미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미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얼굴이다. 그러나 작은 얼굴과, (의외로 살집이 있는 몸이지만) 작은 어깨 덕분에 여리 여리 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또한 반짝이는 커다란 눈과 다소 서글퍼 보이는 눈매를 가졌기에, 누구라도 N의 눈을 보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N은 상대방에게 항상 호의적이다. 문을 항상 조금씩 열어 둔다고 하는 편이 좋을까. 사람들에게 속을 다 내보이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진실하게 다가간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N은 항상 다정하고 행복한 웃음을 띠고 있다. 전체적으로 웃는 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 볼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인상이 좋다 거나, 어디서 한 번쯤 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면 N은 ‘제가 흔한 얼굴이라서 그래요.’라고 말하며 활짝 눈웃음을 짓는다. 그녀의 볼에서 언뜻 스쳐가는 보조개와 한껏 반달모양으로 작아지는 그녀의 커다란 눈을 알아챈 사람은 그 즉시 조심스러움이나 경계심을 늦추는 것 같고, 그녀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N의 이러한 인상과 태도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늘 매력을 느끼기 마련인데, 반면 그녀가 호의를 전혀 베풀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180도로 태도가 돌변한다. 칼 같이 말을 자르고 상대방의 모자란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기며, 지루하고 심드렁한 무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본다. 아마 그녀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차갑고 쌀쌀한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알고 보면 대부분 상당히 오만하거나 무례한 사람들이어서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N이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촉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 서글서글한 N은 알고 보면 의외로 매우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인 것이다.

그렇지만 N은 일반적으로 상대에게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녀는 그것을 즐기면서도 힘들어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좋으면서도 싫은 것이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은 N은 ‘썸을 탄다’는 상황을 좋아했다. 그런 시기가 되면 본인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나 사적으로 만나는 모든 남자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대하는데, 그녀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더 매력적이며 친절하고 세련되게 행동을 하고, 특별히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예의 기본적인 편안한 매너로 상대방을 대하고는 했다.

N은 썸을 타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와 막상 사귀어야 하는 타이밍이 되면 극도로 몸을 사리게 된다고 했다. 사귀기 시작하면 그에게 예속된다는 느낌도 싫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들은 막상 사귀기 시작하면, 썸을 탈 때와 같이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N은 그에게 빠져들게 되고, 결국 그녀 자신만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N은 늘 사랑을 갈구하는 듯이 보였지만, 막상 사랑이 다가오면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둘째로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녀를 좋아해 줄 확률은 낮고, 그녀가 관심 없어하는 사람들만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N은 상당히 외모를 따지는 편이고 학식이 넘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남자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쉬울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N이 좋아하는 유형의 남자들은 대부분 그녀를 약간 무시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다소 싸구려같이 군다고 생각하거나, 일부러 남자를 꼬시기 위해 하는 약간의 과장된 행동들을 놓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에게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

반면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었는데, 10살 가까이 어린 남자들부터 50세가 넘은 아저씨까지 연령도 다양했고, 특히 자영업을 하는 아저씨들에게서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N의 가녀린 어깨에 비해 살집이 과다한 엉덩이를 놓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거나, 다소 기름지고 느글느글한 말투로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녀가 웃으며 자리를 피하려 할 때에도 웃자고 하는 일이라며 슬쩍 허리에 손을 얹거나, 괜히 어깨를 만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일을 할 때 왕왕 곤란한 일을 많이 겪기도 하였는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녀의 차가운 태도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그들은 재수 없게 걸렸다며 침을 퉤 뱉는 등의 본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처음부터 N의 잘못이라며 죄를 덮어씌우기도 하였다.

N이 의도하던 그렇지 않든 간에 가끔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였고, 그녀는 그럴 때마다 ‘왜 나에게는 항상 남자 문제가 끊이질 않는 것일까’ 라며 속 상해했지만, 그녀는 주변에 남자가 없는 지루함을 참을 수 없어했고, 이성과의 만남이 없는 시즌에는 무기력하고 우울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실제로 이성을 만나는 횟수와 사건에 비해서 실속은 없다고 해야 할까. 진심으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 거나 안정된 연애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 자신마저 자신은 이성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로가 깊이 좋아하는 기회가 좀처럼 없기 때문에 남자가 끊이지 않아도 늘 외롭다고 했다. 이런 그녀를 두고 이성을 밝히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 어린 그녀의 고민을 듣고 있자면, 왠지 N을 두둔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의 매력을 사랑하는 일반적인 사람 중 하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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