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어머니, 그리고 오이지.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 오이지와 함께 꿀꺽. 삼키고 싶은 계절이 왔다.

오이지를 보니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나지만 이내 어머니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고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이기적인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이 것 우리 아들이랑 먹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어머님의 손맛이 가득한 그 음식 내음부터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내가 생전에 어머님을 귀찮게 했던 것일까. 어머님은 평생 남을 위해 먹을 것만 해다 바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머님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마음먹는다.

6킬로를 뛰고 들어와 불현듯 생각나는 오이지 대신에, 어머님이 남기고 간 마늘 장아찌를 꺼내 오도독 하나 씹어 먹는다. 

‘아, 달큼해.’ 

이마에 송골 맺힌 땀과 함께 슬며시 삐져나오는 눈물을 주섬주섬 훔친다.

주말에 아버님을 찾아뵈었더니 자랑스럽게 봄동 무침이며 달래를 꺼내시고는, 본인이 직접 씻어서 초고추장이랑 기름을 두르고 무치셨다고 한다. 갈 때마다 살림이 느시는 게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괜스레 미운 마음도 든다.

‘아니, 그렇게 잘하실 걸 왜 어머님 살아 계실 때는 손 하나 까딱 안 하셨어요?’

타박의 말을 봄동 무침과 함께 꿀꺽 삼켜버린다. 나라고 잘한 게 뭣이 있겠기에.

무심한 남편이 미워 어머님께 푸념을 늘어놓을 때마다 어머님은 본인이 잘못 키워 그렇다 하시다가도, 마지막은 으레 그렇듯이 ‘그래도 어쩌겠니, 네가 이해해라.’로 끝났다.

그러면 나는 그게 또 심술이 나서, 어머님께 일부러 무심하게 대했다. 남편도 우리 엄마한테 이렇게 무심한데, 뭣하러 내가 남의 집 엄마에게 잘하나. 효도는 셀프를 외치며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런 내가 뭘 잘했다고 아버님 탓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님 생신상은 딱 한 번밖에 안 차려 본 주제에.

오이지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바야흐로 꽃들의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어머님은 활짝 웃을 때 장미꽃을 닮기도 하고, 배려와 감사의 카네이션도, 사람에게 친절의 향을 풍기는 아카시아와도 닮아 있다. 이제는 먹고 싶은 것 대신에 꽃을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