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슬프다
방바닥을 걸레로 박박 문지르면
거울 같은 바닥엔 밭고랑 같은 얼굴
먼지 한 톨 없는 바닥을 같이
봐줄 이 없는 스무평 독방 살이
피붙이의 면회는 갈수록 줄어든다
매일 출근하듯 청소에 임하고
결재를 끝낸 서류처럼
선명한 발자국을 또 박박 문지른다
오늘 점심은 뭐로 할까요 묻던 영광
늦던 퇴근 길이 그리워
삶의 마지막 퇴근길 못다 한 청소
이제는 남의 집 무명 씨의 걸레로
당신의 청소를 깨끗이 닦아낸다
언제부턴가 난
청소가 슬퍼 청소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시쓰는건축가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