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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복숭아
이마의 주름만큼
고랑 같던 입가의 주름
이가 없던 할머니는
주름으로 씹어 삼키었다
수줍은 분홍 복숭아
수줍게 고개를 돌리고선
천천히 녹여 드셨던 할머니
연지 바르고 하얀 이 드러내 웃던
그때가 그리우셨을까
처녀의 속살 같던 복숭아에게
닿은 주름이 부끄러웠던 탓일까
연분홍 수줍던 복숭아는
오늘 내 앞에 다소곳한데
할머니의 주름진 입에
한쪽 넣어드리고
새색시 같은 당신을 오늘 보고 싶은데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리에서 작은 설계사무실을 꾸려가고 있는 건축가 조병규입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남의 집구경을 하는 SBS 좋은아침하우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