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복숭아

by 보통의 건축가

할머니의 복숭아



이마의 주름만큼

고랑 같던 입가의 주름

이가 없던 할머니는

주름으로 씹어 삼키었다

수줍은 분홍 복숭아

수줍게 고개를 돌리고선

천천히 녹여 드셨던 할머니

연지 바르고 하얀 이 드러내 웃던

그때가 그리우셨을까

처녀의 속살 같던 복숭아에게

닿은 주름이 부끄러웠던 탓일까


연분홍 수줍던 복숭아는

오늘 내 앞에 다소곳한데

할머니의 주름진 입에

한쪽 넣어드리고

새색시 같은 당신을 오늘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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