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박
피로 새긴 문신이 흙에 녹아 흙이 되어도
봄 날에 붉은 꽃으로 나비를 만나 오직 노닐다가
붉은 꽃 선혈로 문신의 기억을 날개에 남길 것이다
아들의 군복을 보며 내 명복을 비는 것에 감사했다
청춘에 새겼던 묘비명이 아들의 등짝에 오바로크되어 있음에
난 기쁘게 옆에 서 있던 죽음의 손을 덥석 잡을 뻔 하지 않았던가
내가 내가 되고 또 내가 내가 되고
불멸하는 촛불을 후~ 하고 불어 이 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어깨동무한 아들의 옆으로 이병률의 시집이 눈에 들어 온 때였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