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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Oct 06. 2024

숲이 될 것이다

스튜디오제라_서귀포 남원읍 수망리

숲이 될 것이다


나무는 외로움이 싫어

숲이 되었다

키 큰 삼나무는 매서운 바람에

슬픔의 연대로 맞서고

동백은 삼나무 아래에 숨어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칼바람에 머리를 잘렸다

선혈이 낭자한 숲이어도

나무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을까


외로운 섬, 제주의 숲은

모질게도 사려니 살아냈고

여물지 않은 가슴 봉긋해질 때까지

물질하던 삼춘의 마음으로

여린 것들을 품에 안아 키웠다


그 품에 너를 심었다

아니, 뿌렸다

넉넉한 삼춘의 마음을 알기에

묘비명조차 없을 질긴 목숨이기에

너를 맡겼다


아마도 너는 하나의 나무처럼

곧 숲이 될 것이다

외롭지 않게 될 것이고

여린 것을 너의 품에 안을 것이고

사려니 살아질 것이다


https://www.archdaily.com/1021971/jeju-island-wedding-studio-todot-architects-and-partners


 

#시쓰는건축가 #스튜디오제라 #zera #to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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