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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Aug 23. 2022

울산 주말주택 '진화산방'

양수리를 좋아하는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댕댕이와 생태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는 가끔 투닷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가곤했다.

양수리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얘기를 늘 했고 가끔 고향인 울산 얘기를 하며 선산이 있는 땅의 관리를 걱정하는 말을 그냥 하는 푸념 정도로만 생각하며, 정만 나누고 지냈더랬다.

양수리에 짓고 싶다던 집이 울산에 지어질 지는 건축주나 우리나 그때는 몰랐었다.

양수리 땅의 인연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울산의 땅은 자꾸 의도치 않게 엮이는 상황이 전개 되었다. 

결국은 그렇게 그들이 바라던 집의 위치는 울산으로 결정되었고 늘 상 거주하기를 바라던 집에서 한시적인 머무름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집 지을 땅을 구하고 짓는 것은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되지 않음을 또 한 번 확인한 프로젝트가 은편리 주말주택 ‘진화산방’이었다.


‘진화산방’.

건축주가 조심스레 꺼낸 이름에서 집의 존재 의미는 바로 드러났다. 

‘산방’에선 집이 고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고

건축주 부모님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온 ‘진화’에서는 부모님과 함께였던 유년의 추억이 이 집을 통해 가족들과 할부되길 기대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대지에 대한 고민

경사진 땅은 고점을 기준으로 평탄화된 터라 낮은 쪽에선 3미터 가까운 콘크리트 축대가 형성되어 있다.

인위적으로 들어 올려진 땅의 첫인상이 좋을 리는 없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고 부정하기 보다는 활용하는 쪽으로 계획의 방향을 잡았다.

축대가 집의 기단이 되고 그래서 집과 축대가 한 몸처럼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건축주의 바람처럼 커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집을 둘러 싼 가벽

곡선 형태 가벽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축대와 집을 연결하여 한 몸처럼 읽히게 하고자 함이며, 이 땅의 주체는 축대가 아닌 집임을 강하게 드러내고 자 함에 있다. 

건폐율 20%의 제한에서 집과 마당을 함께 아우르는 원형의 가벽은 집의 볼륨을 확장시키고 직선의 축대와 대비를 만들어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ㄴ’자 형태의 집을 둘러 싼 콘크리트 가벽은 가족 만의 내밀한 마당을 제공한다. 하늘을 담고 먼 산의 풍경을 빌려오지만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이 것이 두 번째 존재 이유이다. 




ㄴ 자 형태의 집과 교차된 원형의 가벽이 중정을 한정하고 집의 뒷편은 후정이 된다.


발효된 풍경

건축주는 400km를 기쁘게 달려올 만큼 특별한 것이 이 집에 존재하길 기대했다. 

그 특별함은 집 안이 아닌 집 밖에, 건축주의 기억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나고 자라며 늘 눈 앞에 존재하던 국수봉 자락, 펼쳐진 능선이 그랬다.

그 풍경을 그저 바라보고 액자처럼 창으로 고정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활의 모습을 겹치고 정돈된 자연을 더해서 삭혀내고 싶었다.

그래서 산의 풍경을 빌려온 가벽의 액자는 무대배경이 되고 안마당은 가족의 삶이 연기되는 무대가 되며, 집 안의 윈도우시트, 식탁 자리는 객석이 된다.



중정을 향한 윈도우 시트




선산과 맞닿은 후정

집의 뒤편은 선산과 맞닿아 있다.

조상의 묘가 있고 수십그루의 감나무가 있다. 선산의 숲이 그대로 집으로 흐른다.

그래서 숲과 마주한 후정은 나무를 좋아하는 안주인의 장소다.

침실에는 후정으로 바로 이어지는 별도의 출입구 있으며 차 한잔 즐길만한 작은 테라스를 두었다. 큐블럭 담장으로 후정을 위요해 안온한 그녀 만의 장소를 마련했다. 





빛에 대한 고민 

낮고 작은 집이라 가족의 중심 공간이 될 다이닝과 거실 공간만큼은 체적을 키웠다. 

2층까지 비워진 공간에 쪼개진 빛을 들여 벽에 새기니 순백의 공간에 활기가 돈다.

거실의 북동쪽 면은 전체가 창이다. 

국수봉을 눈앞까지 끌고 오지만 북향의 조건 덕분에 직사광선의 영향은 적어 편안한 빛을 들인다. 



2층 따님 침실


맷돌 같은 집

반원의 가벽을 둘러치며 맷돌을 떠 올렸다. 

원형의 모습은 갈아 없어지지만 그 성질은 남고 다른 형태의 먹거리로 재 탄생하게 하는 맷돌.

맷돌을 닮은 이 집에 일상이 담기고 갈아져 일상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추억, 경험으로 기억되는 가족의 장소가 되길 기대했다.

맷돌이 회전하듯 시간이, 계절이, 풍경이 회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안 마당이 잘 담아내고 생활의 모습이 함께 갈아져 곰삭은 집이 되길 바란다.   





잠깐의 머무름이겠지만 가족이 이 집에서 평화롭기를 기대했다.

평화로운 쉼 속에서도 가족의 추억이 진하게 쌓이고 삭아 기억되었으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대지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은편리 896-27, 896-30

대지면적 : 579.00 M2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용 도 : 단독주택

건축면적 : 104.68 M2

건 폐 율 : 18.08 %

연 면 적 : 117.47 M2

용 적 률 : 20.29 %

규 모 : 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부마감 : STO(기린건장)

창 호 : 3중유리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바 닥 : 강마루, 타일 

가 구 : 로보커뮤니케이션

설 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시 공 사 : 아주건축 (손무수) 

사 진 :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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