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국수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낮추는
그런 비가 있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을 흔들고
내민 손을 슬쩍 거두는 봄비에
쯧쯧 혀를 차고 할머니는
비릿한 멸치국수를 말았어
스산하고 외로운 체온이
후르륵 마실 정도로만 따뜻해지도록
할머니의 국수는 아랫목 같았어
봄꽃같은 고명을 차마
손대지 못하는
봄비 내리는 오늘이야
<장소의 발견> 출간작가
양수리에서 투닷건축사사무소를 꾸려가고 있는 건축가 조병규입니다. 지금은 남의 집구경을 하는 SBS 좋은아침하우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연락처 : 010-770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