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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Sep 21. 2022

함께 만든 투닷 살롱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양수리 생태공원 앞에 두 건축가가 사는 집 모조를 지은 지 삼 년째다.

각자 사는 집은 생활의 때가 자연스럽게 묻어가며 잘 삭아가고 있는데, 1층 주차장

후면 공간은 썩어가고 있었다.

게으른 두 건축가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술안주로 삼다가 그냥 3년을 흘려보냈다.

잉여의 1층 공간


동네 사람들의 민원이 쌓여 더 미루기가 어려워졌다.

범죄가 벌어질 장소 같다, 쓰레기장 같다, 그냥 내버려 둘 거면 나 주라 등등.

모소장과 머리를 맞대고 짧게 고민하고 일을 벌였다.

이 장소는 투닷 식구들과 함께 술 먹는 장소로 쓰기로 했다.

그래서 이름도 '투닷살롱'으로 정했다.


일단 우리의 일을 꾸준히 도와주시는 시공사 kspnc 대표님께 목공을 부탁드렸다.

어차피 거주할 공간이 아니니 단열은 포기했고 가장 경제적이고 간단하게 시공할 방법은 합판으로 대충 막아 쓰는 것이었다.


배관이 있는 쪽은 창고를 두고 숲 쪽으로는 작은 평상을 놓기로 했다. 

목창을 열어 바람을 맞고 평상에 앉아 막걸리 마시면 끝내주겠다는 상상을 했다.

이틀 만에 목공을 끝냈다.

그날 밤, 모소장과 둘이 앉아 시험 가동을 했다.

좋더라.


실외기가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숲이 잘 담겨서 좋았다.

1.2m 깊이의 평상은 4명이 마주 앉아 한잔 하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

합판 그대로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유지관리에 신경이 쓰여 오일스테인을 칠하기로 했다.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좋겠다 하여  붉은색으로 결정했다.

추석 연휴 전날 모두 고향 앞으로 향하기 전에 함께 오일스테인을 칠했다.

직원을 사적인 목적으로 동원했다고 뭐라 욕하지 마시라.

직원들이 제안한 것이고 이 공간은 함께 즐기는 곳이기에.


술맛 나는 붉은색이었다. 

외부의 백색 스터코 벽과도 잘 어울렸다.

막 칠했는데 결과는 아주 좋았다.


창고 벽 맞은 편의 콘크리트 벽이 휑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돈은 최소로 쓰자 했는데, 또 돈 들어가겠다 걱정했는데, 기린건장 이경호대표가 도움을 주셨다.

백색 sto 러프로 화장실 문까지 싹 도장해버렸다.

질감은 좋은데, 긁히면 아작 나겠다 싶다. 

조명도 달고 변기와 세면대도 달았다.

시행하는 친구 은국이가 업소용 냉장고를 협찬해줬고 사무실 막내 건규는 제빙기를 선물해줬다.

kspnc 대표님의 개다리소반과 양은 주전자 선물을 끝으로 투닷살롱은 얼추 모양을 갖추게 됐다.


 


공사 과정을 sns에 공유했더니 여기저기서 살롱에서 술 먹자는 주문이 이어졌다.

아~ 큰일이었다.

술먹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침에 뜀박질을 하기로 했다.

운동하고 술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모두가 도와 주시고 함께 했기에 끝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

자~ 이제 투닷 살롱 오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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