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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Mar 18. 2023

불 멍

토요일이니까.

늘 하던대로 김밥을 들고 마룬이와 두물머리 산책을 나섰다.

아내의 약속으로 오후가 한가할 터이니 모처럼

투닷 테라스에서 장작을 지피고

시장에서 육전을 포장해와 느긋하게 막걸리 한잔하련다.

불멍이라기 보단 쓰레기 소각에 가깝다.

아무러면 어떠나, 불이 있고 육전과 막걸리가 있는데.

멍하게 보내는 불멍의 시간은 멍하지 않아

시를 쓰게 하니


불멍


멍은 내면의 화

너무 뜨거워 파란 불꽃이 인다

불꽃은 거죽에 물들고

퍼런 거죽의 흔적은 처연함을

가리는 화장이던가


살이 익어도 좋을만큼 뜨거운 너는

왜 붉은 것이냐

뼈와 내장을 바치고

불타는 마음의 발화제가 부재한

까닭이면 그래 넌

나무의 붉은빛으로만 나와 대면하라


나의 위안은 너에게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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