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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May 07. 2023

어느 고양이의 수목장

포도가 그리운 날에

이틀간 내린 비로 풀이 더 무성해졌다.

그 사이 포도가 잠들어 있는 셀릭스가 잡풀에 위태로워 보인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포도에게 미안하고… 포도가 그립다.



어느 고양이의 수목장


포도 나무 아래에서 포도알

주렁주렁한 소리로 보챘으니

모른채 할 수 있었겠나

손 등에 새긴 너의 유언은

흔적도 남기지 못함으로

모른채하지 못한 벌이라 여긴다


포도 나무 위 새를 잡던 너의 발은

새를 잡고 새를 잡고

발톱을 세워 하늘에 유언을 새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갔어야 했다


떨어진 발톱을 모아

죽은 네 몸이 뿌리가 되고

뿌리친 내 손등을 관통한 꼬챙이 심어

버드나무 잎 닮은 너를 달았다

내 피를 달게 먹는 꿈

새를 잡아 내게 주는 꿈

그렇게 만나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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