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모서리에는
각 진 벽에 긴 손톱을
박아 넣고 매달린
어둑서니가 살고 있었다
어두운 그의 뒤통수를
아니, 앞이었을까
차마 바라보기 무서워
등을 지고 잤다
모서리는 어둑서니가
사는 곳
덫을 놓듯 창을 내고
그림자가 사라진
파란 불빛이 방 안을 채웠다
네 손톱이 박히지 않는
하얀 철갑도 둘렀다
그래서인가 너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듯하다
너는 날 겁박하려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너도 그저 무서워
말 걸어줄 때까지 기다린 건 아니었을까
빛의 소란에 잠들지 못하는
어느 날 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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