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물안개 피어오르고
왜가리 날아오르는
벅찬 찰나를 함께 했던 당신
그 얼굴을 떠올리지 못해
무서운 것이다
섬은 잠기지 않을 것이다
잠겨있는 것은 당신과 맞잡은 손
손이 풀어지고 앙상한 손가락
반지마저 잃어버릴까
익사 전의 가쁜 숨 이어서라도
결코 손 놓을 수 없어서다
양수리 그 섬에
당신이 살지 않았다면
태초에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
옛날 옛적 당신이 살았음을
섬은 두물에 꼭꼭 눌러쓰고
지워질까 물결마저 잔잔할 것이다
#시쓰는건축가 #아내에게띄우는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