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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Sep 18. 2023

당신이 살던 나


섬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물안개 피어오르고

왜가리 날아오르는

벅찬 찰나를 함께 했던 당신

그 얼굴을 떠올리지 못해

무서운 것이다


섬은 잠기지 않을 것이다

잠겨있는 것은 당신과 맞잡은 손

손이 풀어지고 앙상한 손가락

반지마저 잃어버릴까

익사 전의 가쁜 숨 이어서라도

결코 손 놓을 수 없어서다


양수리 그 섬에

당신이 살지 않았다면

태초에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

옛날 옛적 당신이 살았음을

섬은 두물에 꼭꼭 눌러쓰고

지워질까 물결마저 잔잔할 것이다


#시쓰는건축가 #아내에게띄우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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