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줄지어 선 길 위에
햇빛이 비스듬히 나무를 비추면
길은 햇빛과 그림자가 층층이 쌓인
무지개 떡이 된다
보이는 것과 다른 심심한 맛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산책으로 배를 채운다
한없이 투명한 하늘의 작은 구름은
해가 건너는 징검다리
밝을 때 또렷했던 욕망은
구름 위에선 흐려지고 옅어진다
욕망의 출현과 침잠이 반복되는
길 위에선
생각이 멈출 틈이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거리가 아니다
만보의 생각으로 느리게 걷다 보면
세상은 내 옆에서 발을 맞춰 걷는 동반자
오늘도 슴슴한 맛의 길을
오래도록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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