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맛

by 보통의 건축가


나무들이 줄지어 선 길 위에

햇빛이 비스듬히 나무를 비추면

길은 햇빛과 그림자가 층층이 쌓인

무지개 떡이 된다

보이는 것과 다른 심심한 맛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산책으로 배를 채운다


한없이 투명한 하늘의 작은 구름은

해가 건너는 징검다리

밝을 때 또렷했던 욕망은

구름 위에선 흐려지고 옅어진다

욕망의 출현과 침잠이 반복되는

길 위에선

생각이 멈출 틈이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거리가 아니다

만보의 생각으로 느리게 걷다 보면

세상은 내 옆에서 발을 맞춰 걷는 동반자

오늘도 슴슴한 맛의 길을

오래도록 걸었다


#두물머리 #산책 #시쓰는건축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살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