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벽돌을 만들던 이화산업의 선대 회장님께서 제주에 손수 지었던 집은 동백 숲으로 둘러 싸인 경흥농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50년된 이 집을 막내 아들인 회장님의 의뢰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사연 많고 애정이 각별한 집이라
디자인 보다는 옛집의 기억을 남기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다.
드러난 결과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서 더 다행이다 싶다.
아버지와 사는 집
아버지의 벽돌로
아버지가 지은 집은
동백꽃에 물들고
반백살이 되어
검붉은 검버섯이 피었다
벽돌 한장의 잔정이 아닌
쌓고 쌓아 만든 묵직한 정
세상이라는 지붕을 이고
비바람을 견뎌 냈기에
집은 아버지였다
눈물이고 그리움이었다
아버지의 넓은 등짝 같은
벽돌 안에 살고 싶어
나비는 다시 고치가 되기로 했다
솜털같은 벽돌 안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아버지와 사는 집이 되기로 했다
동백이 질때 시작해서
동백이 피기 전 화장은 끝났다
아버지가 심으신 동백 한그루
천그루가 되서야
아버지 덕분에 나비가 된 당신은
날개를 함께 덮고 깊은 잠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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